▲ 김병국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이 오랜 세월 사람의 생명을 집단적으로 위협해 왔으며, 그 강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매한가지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하는 바람에 그 변이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그에 대한 예방 백신을 미리 만들어 놓기 어렵고,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서의 박테리아는 우리 인간이 만든 항생제에 스스로 내성을 키워 치유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약을 오용하거나 남용함으로써 병원균이 내성을 키우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항생제를 만드는 인간과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보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이 생존한다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울러 이 지구는 우리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숙명인 것이다.
현재 슈퍼박테리아는 인도, 영국, 미국 등지에서 발생되었고, 지난 달 중순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슈퍼박테리아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그것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각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는데,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일 슈퍼박테리아 5종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전국 종합병원급 의료 기관 50여 곳을 대상으로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감시체계를 운영해 감염환자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신종플루 등 이미 우리에게 위험을 안겨준 바이러스와 결핵균 등 병원균에 대해 지속적인 발생 사례 등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많은 정보를 만들거나 수집해 홈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
그렇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항생제를 제일 많이 쓰는 우리나라가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지 매우 염려스럽다. 이를 위해서는 내성균에 대한 다양한 감시체계를 운영함으로써 그에 알맞은 항생제를 빠른 시일 내에 개발·제조하는 것과 더불어 항생제의 오용과 남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항생제의 오용과 남용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나 횟감으로 쓰이는 어류에서도 매우 심각하다.
그 가축이나 어류의 섭취를 통해 내성균이 사람에게 옮겨진다면, 그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바이러스, 병원균 박테리아와 우리 인간의 삶을 위한 끝없는 대결 속에서 우리가 취한 조치는 무엇인가? 현대인이 이러한 질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럽지는 못하겠지만, 질병에 대한 예측과 예방, 홍보, 시의적절하고 체계적인 대처 능력의 향상 등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리 능력과 다른 국가와의 범세계적인 협력체계 구축, 그리고 개인의 철저한 위생의식 등이 맞물려야 세계화되어 가는 이러한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들이 어느 정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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