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한국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1995년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지금까지 '1만 달러의 함정'에 빠져 15년 동안 2만 달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2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 5~10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그리고 전자 및 정보통신기기 같은 현재의 주력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상실하기 전에 3만 달러 소득을 달성해야한다. 동시에 우리는 향후 10년 후에 우리를 먹여 살릴 성장산업을 찾고 육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데 있어서 성장산업(Sunrise Industry)을 선정하고 육성하기는 선진국보다 쉬웠다. 왜냐하면 산업정책 측면에서 성장산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육성해야 할 지의 문제를 우리보다 앞서서 산업화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즉, 산업구조 측면에서 60년대에는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전환했고, 70년대에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내에서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루어 냈으며 그리고 90년대 이후에는 정보통신 산업으로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루어 냈다. 이러한 성공적인 '주식회사 한국'의 경영으로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그리고 전자 및 정보통신기기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3만달러 소득을 달성하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또 한 단계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즉,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성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경제는 어떤 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제 선진국은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라 경쟁자가 되었고 더 이상 첨단기술과 지식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이젠 우리 스스로의 두뇌와 창의력으로 차세대 산업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의료산업은 한국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우선,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0.7%를 넘어서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26년에는 전인구의 20%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노인 인구의 증가로 급격히 늘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의 성장에 있어서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들이 모두 의대로 진학하고 있다. 그러나 편히 살기위해 의대에 진학하고 그 가운데서도 피부과, 성형외과 같은 분야에 우수한 학생이 몰려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산업을 만들지 못한다. 의학, 제약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 등 의료와 관련된 바이오 연구 분야에 우수한 두뇌가 몰려야 한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의료산업은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신성장산업 임에는 틀림없다. 과제는 의료산업 가운데서도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반도체, 자동차와 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효자제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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