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된 복종순의 미술인생이 어느덧 30년을 넘어섰다.
하지만, 90년 후반 점차 재료의 변화를 시도하며 금속이나 다른 재료들을 다루면서 결과물이 아닌 두드리는 행위 자체에 빠져들게 됐다.
복 작가는 생활 속에서 쓰이던 금속제품을 두드리거나 두드린 쇠를 모아 원하는 모양으로 용접하는 방식으로 미적인 오브제를 만들어 낸다.
다 쓰고 버려지는 쇳조각들, 못쓰게 된 양철 쪼가리나 스테인리스 조각, 알루미늄 캔 등 쇠붙이들을 주워 모아 자신의 손놀림(두드림)을 가해 새로운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처럼 복 작가는 오래전부터 ‘두드림’이라는 행위에 몰두해 왔다.
마치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가 충동적으로 시계를 분해하듯, 모든 사물을 거침없이 해체하고 분해함으로써 사물의 근원에 접근하려는 그의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긴 시간 두드림이라는 노동을 통해 근원으로 환원된 물질로 무언가 새로운 창작품을 기대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스스로를 향한 주술적인 의미를 작품에 담고 있다.
찌그러진 깡통으로 고급미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불상, 탑, 비너스, 성모 마리아 등을 작품으로 재현해냈다.
이 작품들은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 있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대미술 속에서의 차용이 작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은 예술의 전통과 권위를 조롱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의도도 함께 담고 있다.
작품 속 찌그러진 깡통으로 만들어진 불상과 비너스는 권력과 기성체제에 안주한 채 시장과 유행에 영합하려는 시류에 대한 거부이자 반항을 표하고 있으며, 아울러 세련되고 정형화된 예술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형질, 관념 기능 등을 상실해 버리고 예술적 대상으로서의 재 임무를 부여받는 일상의 사물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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