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로 태어났지만 황녀로 살지못한 슬픈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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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로 태어났지만 황녀로 살지못한 슬픈 여인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승인 2010-09-14 14:11
  • 신문게재 2010-09-15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신여성이란 명분으로 어린나이에 적국으로의 유학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꼭 보온병에 끓는 물을 넣고 그 물만 마셨다는 작은 일화는 옹주의 마음을 잘 알게 했다. 독살이 무섭고 두렵고 적국에서의 삶은 더없이 고단했을 것이다.

▲ 최현주 한밭도서관 사서
▲ 최현주 한밭도서관 사서
볼모의 신분이라 거역도 못하고 선택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견디어야 한 옹주는 자신을 지키며 애국하는 길이 살아가는 것 아니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싶었다. 유일한 보호막인 궁을 떠난 삶은 총명함을 나약함과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황족이란 자존심은 조센징이란 놀림으로 견뎌내야 했다. 누가 옹주에게 비겁하다 하겠는가? 조국과 부모 자식을 잃고 홀연히 견뎌낸 조선의 딸 덕혜를 기억할 뿐이다.

비록 황녀의 몸으로 태어났어도 적국에 볼모로 잡혀온 옹주에겐 조선인이 아닌 조센징이란 이름표 하나뿐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일 뿐이었다. 원치 않은 결혼은 옹주를 혼란에 빠트렸다. 가슴 속에 조선의 황녀로 살며 적국 일본인 남편의 아내로 행복을 꿈꾸는 것은 매국이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이 또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옹주가 조금만 더 긴 생각과 긴 호흡으로 생각을 다듬었다면 비록 거역할 수 없는 일본인과의 결혼이지만 한 가정을 화목하게 지켜내는 지혜는 없었을까? 37년이란 긴 세월을 가슴엔 조국을 그리워하며 몸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다는 고민과 번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면 옹주의 삶이 이처럼 비극적이고 정신분열증에 자신을 가두는 일은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조국의 독립을 외치며 되찾은 해방이지만 낯선 땅 어두운 곳에서 낮은 자세로 움츠리며 살아온 황녀를 기억해내지 못했을까? 또한 왕족 일가친척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였기에 그 가련한 여인을 구해주질 않았나?

▲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 우리가 잊고 산 것인지 아니면 잊으려 애쓰며 산 것이 아닐까?

기억에서 지워내고 싶은 마음에 패망한 왕을 아버지로 둔 덕혜옹주는 태어난 것부터 불행한 운명 같다. 어린나이에 아비를 잃고 외톨이 타국생활과 원치 않는 결혼은 그녀를 행복했던 순간에 묻어주고자 기억을 지운 것은 아닐까? 왜 그토록 힘없이 무너져 나약한 여인이 되었을까? 어린시절 영민한 덕혜옹주는 조국이 힘없이 무너질 때 같은 나이의 다른 여인들은 강인하고 독하게 저항하고 독립을 외쳤는데 모진 고문 속에서도 투항하고 독립을 꿈꾸었는데…. 외로움이 그리움이 그녀를 저항 못하게 가두었다.

박무영을 필두로 한 독립투사들과 덕혜의 은혜를 입은 시녀 복순의 노력으로 조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지만 그 세월은 너무도 흘러 버렸다. 조선의 마지막, 우리는 한 왕조의 시작을 중요시 여겼을 뿐 패망한 왕조의 마지막에 관해서는 너무도 소홀히 하였다.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한 여자의 인간적 고통과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배경이 실제 있었던 일과 소설로서의 허구적인 이야기가 가미 되었음에도 그 상황에 놓인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통해 사실적인 느낌이 든다.

중요한 사건의 전개가 그 사유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덕혜가 아무리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지만 갑작스런 성격변화로 인한 내용전개로 감정이입의 어려움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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