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형 충남대 의대 교수 |
그 단적인 예로 백혈병치료에 사용되며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글리벡' 등의 출현을 들 수 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1970년대에 유행했던 영화 '러브스토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의 가난한 여주인공 제니(알리 맥그로 분)가 명문 부호의 아들 올리버( 라이언 오닐 분)의 사랑을 받으며 죽어가야만 하는 불치병은 백혈병이었다.
그러나 불치병으로 알려진 백혈병은 이후 표적치료제(암을 일으키는 특정한 어떤 부분을 치료는 약물)인 '글리벡'의 출현으로 더 이상 '불치'가 아닌 '치료가능'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의료계의 관점에서 보면 실로 놀라운 의약의 발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약 뿐만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치료하는 MTI, CT, 토모세라피 등의 의료기기의 발전도 인간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우리의 삶과 수명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신약과 의료기기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학자와 제약회사, 정부 등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한 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며 개발기간도 12~1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더 중요한 요소는 질병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신약 후보물질이 실제적으로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신약으로 개발되어 시중에 판매될 확률은 약 1만~10만분의 1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매우 낮은 성공가능성과 거대한 개발비용, 장기간의 연구 등은 신약의 장애요인이 되며 신약을 개발하다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거려 글로벌 제약회사의 잦은 M&A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개발된 신약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인간 생명연장이라는 사회적 책무와 함께 이 어려운 신약개발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을 거둔 신약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2007년 매출액은 약 63조원에 순이익이 5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 대비 순이익은 10%가 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당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던 화이자 제약의 '노바스크'와 '리피도'는 세계 총 매출액이 각각 10조원이 넘는다. 매출대비 순이익도 약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매출이 좋은 신약 2~3개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순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수익 고위험 산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도 이러한 황금알을 낳는 신약개발이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으나 신약개발에 대한 우리의 실제적 현 주소는 아직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최대 제약업제로 알려진 D제약 회사의 1년 매출액은 1조원이 되지 않고 또한 신약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투자 비용도 10%가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 여건에 맞는 신약개발 전략을 구사하며 최근 대전에 위치한 대덕특구의 여러 연구원에서 세계 다국적 기업과 연계해 신약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을 거두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아무쪼록 지금보다도 더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그러한 신약개발의 주체가 우리가 사는 이땅의 제약기업과 연구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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