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선영]'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중도마당]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0-09-13 14:15
  • 신문게재 2010-09-14 20면
  •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1981년부터 여경 147명을 포함해 299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경찰대학은 최근 윤재옥 경기청장의 경찰청장 낙마 이후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조현오 경찰청장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사표를 던진 채수창 서장,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황운하 총경.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 되진 못했으나 그 파란을 통해 경찰대의 이면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엘리트주의와 파벌주의로 대변되는 경찰대. 그러나 수사권 독립부터 경찰청장에 대한 사퇴요구까지 집단 이기주의의 발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의 비간부 경찰을 대변한다는 무궁화클럽과 국회의원들은 왜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고 있을까?

올해 120명을 선발하는 경찰대 모집에 7584명이 지원해 63.1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12명을 모집하는 여학생은 1511명이 몰려 125.9대 1이라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재까지 경찰대 사시 합격자는 87명으로 지난해에는 19명이나 사시에 합격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해외 유학시험과 해외 주재관에도 경찰대 졸업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일에 있었던 수뇌부 인사에도 경찰대 출신이 경기청장과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되었고 고위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대 폐지론'이 계속되는 이유는 먼저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들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4년 동안 경찰간부로서의 교육을 받고 바로 경위로 임관된다. 문제는 경찰 임용 후에 자신보다 10살부터 30살 정도 많은 비간부들과의 조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비간부들의 경험과 연륜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려 하지 않은 엘리트 의식이 경찰대 졸업생들을 더욱 고립시키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회성의 부족이다. 경찰대학생들은 19살부터 23~24살까지 사회경험을 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4년 동안 경찰관으로서의 가치관과 인성만을 습득하게 된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경찰관은 가난하고 소외받고 배우지 못한 서민들을 많이 접하게 되고 범죄자를 상대한다. 깊이 있는 인생에 대한 고민과 경험이 없이는 젊은 나이에 이들과 소통하기는 힘들 것이다. 4년 동안의 기숙사 생활이 경찰정신을 기르는 데는 효율적일지 모르겠으나 젊은 시절의 경험과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없게 한 것이다.

세 번째는 서울대 수준의 120명이나 되는 인재들이 경찰로 배출되지만 이들을 전부 수용하기는 부족한 경찰조직의 현실이다. 경위에서 경감까지 승진하는데 10년 정도가 소요되고 120명 졸업생 중 30% 정도만이 총경 승진이 가능한 경찰의 인적 조직구조가 우수한 인재들이 경찰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총경 진급도 하지 못하고 계급정년으로 퇴직하는 경찰대 1기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배들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재를 국비로 지원해 우수한 경찰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경찰조직에 융화시키고 치안 서비스 향상에 활용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경찰대 죽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경찰대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왜 26년의 투자를 포기하려 하는가? 언젠가 경찰대 출신의 경찰청장이 임명될 것이다. 그때 경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찰대에 새겨져 있는 '이곳을 거쳐간 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말처럼 그들을 믿고 싶지 않은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5.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