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올해 120명을 선발하는 경찰대 모집에 7584명이 지원해 63.1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12명을 모집하는 여학생은 1511명이 몰려 125.9대 1이라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재까지 경찰대 사시 합격자는 87명으로 지난해에는 19명이나 사시에 합격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해외 유학시험과 해외 주재관에도 경찰대 졸업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일에 있었던 수뇌부 인사에도 경찰대 출신이 경기청장과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되었고 고위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대 폐지론'이 계속되는 이유는 먼저 지나친 엘리트주의를 들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4년 동안 경찰간부로서의 교육을 받고 바로 경위로 임관된다. 문제는 경찰 임용 후에 자신보다 10살부터 30살 정도 많은 비간부들과의 조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비간부들의 경험과 연륜을 겸허하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려 하지 않은 엘리트 의식이 경찰대 졸업생들을 더욱 고립시키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사회성의 부족이다. 경찰대학생들은 19살부터 23~24살까지 사회경험을 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4년 동안 경찰관으로서의 가치관과 인성만을 습득하게 된다.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다. 경찰관은 가난하고 소외받고 배우지 못한 서민들을 많이 접하게 되고 범죄자를 상대한다. 깊이 있는 인생에 대한 고민과 경험이 없이는 젊은 나이에 이들과 소통하기는 힘들 것이다. 4년 동안의 기숙사 생활이 경찰정신을 기르는 데는 효율적일지 모르겠으나 젊은 시절의 경험과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없게 한 것이다.
세 번째는 서울대 수준의 120명이나 되는 인재들이 경찰로 배출되지만 이들을 전부 수용하기는 부족한 경찰조직의 현실이다. 경위에서 경감까지 승진하는데 10년 정도가 소요되고 120명 졸업생 중 30% 정도만이 총경 승진이 가능한 경찰의 인적 조직구조가 우수한 인재들이 경찰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총경 진급도 하지 못하고 계급정년으로 퇴직하는 경찰대 1기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후배들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인재를 국비로 지원해 우수한 경찰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경찰조직에 융화시키고 치안 서비스 향상에 활용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경찰대 죽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경찰대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왜 26년의 투자를 포기하려 하는가? 언젠가 경찰대 출신의 경찰청장이 임명될 것이다. 그때 경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찰대에 새겨져 있는 '이곳을 거쳐간 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말처럼 그들을 믿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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