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목원대 음악대학장 |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다. 젊은이들의 가치관은 기성세대들이 추구했던 과거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 기성세대들이 전통적 규범을 중시하고 삶의 안정이나 사회적 지위를 추구했다면,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 관습이나 생활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며, 보다 모험적이고, 사회적 지위보다는 쉽게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는데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이들은 이 같은 욕구를 대중예술 속에서 채우고 이를 통해 젊음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들의 요구가 강렬하면 할수록 대중예술은 더욱 개성 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중예술의 위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비평이나 그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쟁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전한 비평과 논쟁의 부재는 젊은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대중예술을 받아들이게 하고, 자칫 젊은 세대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필자는 어떤 종류의 대중예술이라도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비인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필자의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대중예술을 만들고 유행시키는 사람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 대중예술은 광범위한 감상 층을 확보한 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중예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대중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다. 이제 학교도 학생들이 대중예술을 올바르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중예술과 관련된 교육에 대해 학교의 문은 아직 활짝 열려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미 대중예술에 심취해 있는데도 무조건 관심 밖의 일로 놔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실 어린 학생들은 대중예술로부터 스스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또 문화 수용자로서 품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따라서 학교는 이제 대중예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할 때가 됐다.
방송 및 통신매체 등을 통해서 대중예술을 제작하여 제공하는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중예술은 상품성이 떨어지면 수요자가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성보다는 흥행이나 오락성에 초점이 맞춰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방송이나 통신 매체가 아무리 사익을 추구하더라도 공공성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 매체에서 제작하고 전파하는 대중예술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이나 작품성도 함께 고려돼야 마땅하다.
대중예술은 그 속성상 앞으로도 끊임없이 대량생산되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 잘 수용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대중예술을 제작하고 실행하는 사람들, 학교, 방송 및 통신매체 등에서 먼저 나서야 하고, 정부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도 힘을 보태야만 한다. 현대사회에서 대중예술의 파급 효과는 너무 크고, 누구도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