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몰라도 공대 가는데…” 이공계 기피 벌써 10년

“미적분 몰라도 공대 가는데…” 이공계 기피 벌써 10년

<국가 미래,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에 달렸다> 1.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 왜 중요한가

  • 승인 2010-09-12 13:24
  • 신문게재 2010-09-13 12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글 싣는 순서>
 
1. 창의적 과학인재 양성, 왜 중요하나
2. 기초 과학 실력을 ‘업’시켜라.
3. 교육기부 바람 속에 창의적 인재 ‘쑥쑥’
4. 선진국, 국가 미래 건다. (세계 최고 교육 강국으로 부상시킨 핀란드식 창의적 교수법이란)
5. 선진국, 국가 미래 건다. (핀란드-학교와 과학관 등 과학교육 현장 소개 )
6. 노벨상의 나라에 가다. (스웨덴-스웨덴 한림원, 노벨 박물관)
7. 노벨상의 나라에 가다. (스웨덴-카롤린스카 대학 및 국립공과대학, 해당전문가 인터뷰 )
8. 창의적 과학교육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전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제학생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평균 과학적 소양은 200년 1위에서 2006년 11위로 추락했다. 또 2006년 조사에서는 과학에 대한 흥미도 부문에서 57개국 가운데 최하위권 50권을 차지하는 등 충격을 줬다.

‘수학과 과학’ 교육 기피와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은 10년넘게 지속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과학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본보는 대덕특구 출연연의 대표적인 과학교육 체험 프로그램과 선진 모델로 지칭되는 핀란드, 스웨덴 과학교육 현장 취재와 비교를 통해 학생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은 '이공계 엑소더스'=“이미 3~4월이면 한 반에 절반 이상은 수리 '가'형은 포기하죠. 미적분 몰라도 공대 갈 수 있으니까, 다들 쉬운 '나'형만 선택하려고 하죠.”

대전의 한 고교 이과반에 재학 중인 A학생은 오는 11월 18일 '2011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이 학생의 목표는 서울권에 위치한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 대학 가운데 이공계에서 수리 '가'형을 요구하는 곳은 서울에 11곳, 전국적으로 30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이과생이 미적분을 몰라도 전국 웬만한 대학 공대에 갈 수 있다. A군은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을 싫어해서라기보다 몰라도 공대에 합격시키는 대학이 더 문제 아니냐?”며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미래는 단순 암기지식보다 창의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대입'이라는 관문 앞에서 학생들은 '암기지식'을 선호한다.

'수학·과학' 교육 기피와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도 벌써 10년이 돼 간다. 2000년 첫 적용된 7차 교육과정에서 초·중·고교생의 주당 수학·과학 수업시수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위기는 시작됐다. 이후 대학들이 수학·과학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도 이공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입학전형을 바꾸면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지역 대학 공대 한 교수는 “신입생 가운데 수학·과학 실력이 모자라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30%에 달한다”며 “고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험만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학·과학에 대한 실력과 흥미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전 세계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제학생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평균 과학적 소양은 2000년 1위에서 2006년에는 11위로 추락했다.

또한 2006년 조사에서는 과학에 대한 흥미도 부문에서 57개국 중 최하위권인 50위권을 차지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주요 선진국, 과학교육에 미래건다=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국가의 미래를 걸고 과학교육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해온 국가적 위치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2007년 국가경쟁력강화법을 만드는 등 과학 기술 르네상스 달성을 위해 과감한 전략과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미국 전역의 우수 수학·과학교사 100명을 초청, “미국이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하느냐는 어떤 수학·과학·기술·공학교육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며 “(양질의 교육 제공에) 실패할 경우 의약·환경·에너지·안보 분야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5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대적인 교육 혁신 캠페인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과학관련 정부기관의 연구예산을 2배로 늘리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0년 STEM 교육 프로그램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37억달러를 투입키로 했고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ARRA)'에 따라 2억7600만달러를 추가로 배정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2006~2011년 전략계획 중 교육 분야에서 수학ㆍ과학을 집중 투자 대상으로 정했다.

노키아와 자일리톨의 나라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수학과 과학 부문에서 몇 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수학과 과학 부문에서 1위, 읽기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하위권 학생층은 OECD 국가 평균인 6~8%보다 낮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핀란드가 지난 10년동안 수학ㆍ과학 교육 강화에 나선 결과다.

1996년 핀란드 교육부는 고등학교에서 이들 과목 커리큘럼이 실험은 물론 실생활에 응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에 3400만유로(약 544억원)를 투입해 수학·과학 교육 강화 프로젝트인 'LUMA'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정부 지원으로 기초과학 학생 수를 늘리고 있다. 일본은 선택과 자율을 강조하는 유토리 교육을 폐기하고 2008년 수학·과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이들 국가가 수학·과학 교육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미래 유망기술로 꼽히는 뇌과학과 바이오메카트로닉스 등 융합과학기술과 IT(정보통신), BT(생명과학), NT(나노과학), ST(우주과학) 등 첨단 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반면 한국학생들의 수학·과학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0년 첫 적용된 7차 교육과정에서 초·중·고생의 주당 수학·과학 수업시수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위기는 시작됐다. 수학·과학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아도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는 현실도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평균 과학적 소양은 2000년 1위에서 2006년 11위로 떨어졌고 과학에 대한 흥미도 부문은 57개국 중 최하위권인 50위권에 머물러 충격을 줬다.

▲한국도 과학에 드라이브 건다=지난 4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3회 과학의 날 기념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비전이 과학에 달렸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여러분도 안다”면서 “대한민국 미래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렸다”고 과학자들을 격려하는 등 과학기술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1년부터 초·중등 교육과정에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 '창의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 3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는 과학기술계 공공연구소의 초중등 과학교육 본격 참여를 추진하는 '교육기부(DE : Donation for Education)'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이공계 분야 40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들이 이 협약을 통해 미래 우수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한 초중등 과학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교육기부를 협약한 각 기관별로 보유한 첨단 과학기술시설·장비와 석박사급 고급인력 등을 활용,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교과별 교육 내용 중 해당 출연연의 전문분야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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