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공무원을 비롯한 전문가를 선발하는 과정과 절차가 과연 마련되어 있는가하는 것이다. 일정의 시험을 보고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묻는 필기시험을 보고 한 두번의 면접과정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 과연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격자를 뽑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다만 그 이외의 방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가 되는 길이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아마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고시를 통해 일정기간 공직이나 법조인으로 활동한 후 선거를 통해 정치가로 입문하거나 기존 정치인의 보좌진으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들어오는 경우, 그리고 일정한 재력을 기초로 선거를 통해 정치가가 되는 등 딱히 정해진 방법이 없고 다양하다. 그러니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고해서 정치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유리하지도 않다. 정치학을 공부하기 보다는 차라리 공무원을 선발하는 고시를 통해 후에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더 확실할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가에 봉사하는 공무원을 선발하는 고시도 그렇다. 정상적인 대학 공부보다는 사회와는 거리를 둔 고시원에서 고시만을 준비하면서도 극소수의 지원자만 합격하기 때문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등 각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1차 시험을 전공이 아닌 PSAT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말았다.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과 경험, 논리와 공직에 필요한 자료의 해석능력 등을 측정하는 PSAT 역시 논리학 등 특정 학문분야의 편중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시험과목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 역시 다양하고 전문화되는 사회의 수요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행의 제도가 아무리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국가와 국민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전문성의 확보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측면은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특혜'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혜'는 그 대상자의 전문성이 아무리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는 '기회의 평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요한 문제다. '특별'한 것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특별'이 '특혜'로 인하여 '특별'해 진다고 하면 바로 평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런 '특혜'는 적어도 공직사회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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