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의료서비스의 구매가 관광서비스나 일반 제품의 구매 특성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제품이나 관광서비스의 구매는 쾌락을 수반하지만 의료서비스의 구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때문에 이 두 가지를 기술적으로 결합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국내 한 척추전문병원의 경우 장시간 수술과 치료 후 안정된 요양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광보다는 치료기간의 최소화와 안전한 귀국보장이 의료서비스 판매의 주요한 성공조건이 되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의료기술이 요구되고 고통이 수반되며 비교적 장시간을 요하는 질병치료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고급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자하는 일부 전문병원들이 국제공항 근처에 별도의 지점을 설치하는 것은 용이한 입출국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접근성이 떨어지면 치료비가 높은 고급 또는 중증환자들을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증 환자들에게 화려한 관광 상품 구매를 권유했다가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의료관광사업이 활성화돼 있는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병원 내부 운영측면에서는 당장 외국어로 질병상황과 진료절차, 행정사항을 설명할 수 있는 외국어 가능 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유명 병원들은 이미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전공 안내 인력을 배치하여 지속적으로 훈련도 시키고 있다. 또한 외국인 환자들은 마치 시장처럼 북적대는 한국의 병원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국인 전용 진출입 통로의 설치, 외국인 전용 병동 및 연계 호텔의 확보와 같은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의료관광사업은 새로운 소득원을 찾아내야 하는 정부나 지자체에는 분명히 기회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시행하다가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왜냐하면, 의료서비스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의료지식이 없는 관광브로커들의 농간과 병원들의 환자 수 늘리기 욕심이 맞물려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의료관광업체 측에서도 개별 환자들의 질환상태는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기존의 규격화된 상품보다 개별 맞춤식 관광 상품을 개발해내야 한다.
결국, 기존의 운영방식과 인식의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하다가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의료관광이다. 특히, 의료사고는 법률적인 문제는 물론 국가 간 분쟁도 불러올 수 있다. 외국인의 생명과 직결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차원 높은 인식과 조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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