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는 몇가지 금기 사항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전선병원에 가면 개원 43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홈페이지를 비롯한 건물의 모든 표시물에 43주년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현수막으로 실제 올해 대전선병원의 개원은 44년이 됐다. 숫자 '4'를 '죽음(死)'의 의미로 생각하는 통념에 따라 숫자 4가 2번 겹치는 44주년 기념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
덕분에 내년은 43주년에서 45주년으로 2년을 건너뛰게 될 전망이다.
병원내에 4층에는 입원실도 배치하지 않는다. 상당수가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이 위치해 있다. 건양대병원은 엘리베이터에 3층 다음에 바로 5층으로 표시해 4층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의료진이 붉은색 옷을 입는 것도 불가능하다. '피'를 연상시키는 색상이기 때문이다. 붉은색 옷은 출혈이 발생했을때 눈에 띄지 않아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통상 플래카드나 홍보물을 게시할 때 많이 쓰이는 흰바탕에 검정 글씨도 병원에서는 금기 사항 중 하나다. 검정 글씨가 가독성이 좋아 홍보물에 많이 사용되지만, 검정글씨는 자칫 장례식 분위기를 연상시킬 수 있어 디자인이 필요한 시안이나 광고, 현수막 등에는 금기하고 있다.
원무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민원'이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 단어다. 병원내에서 발생하는 민원이 항의성 요구와 고성이 오가는 내용이어서 일상 용어에서 조차 민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죽음과 연상되는 모든 단어와 물건 들을 금기시 한다”며 “죽음의 문턱에 있는 환자들에게 숫자 4는 다른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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