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죄의 공소시효가 최장 10년인 점을 고려해 훔친 문화재를 장시간 숨겼다가 시중에 유통한 셈이다.
그렇다면 절도범들은 7900여 점에 달하는 대량의 문화재를 훔친 뒤 그동안 어떤 식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해왔을까?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제3자가 출처를 알아볼 수 없게 하려고 소장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낙관(款)을 위조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 전국을 돌며 문화재를 훔쳐 판매한 전문 절도단이 검거돼 7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한 회수된 고문서 및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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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종대 문신 이언적이 중용 제20장의 '구경'에 대해 주석한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 1583년 유성룡에 의해 간행된 뒤 후쇄본이 경북 경주 월성 손씨 고택인 서백당에 보관돼 왔다가 사라졌다. 원래 이 책에는 소장자 월성 손씨 조상 손응구의 호인 '송첨'이라고 낙관이 찍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이 책에는 종이를 덧붙이는 수법으로 낙관을 훼손한 뒤 '잡도장'이 찍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낙관 위조는 낙관 위에 새로운 낙관을 찍거나 먹물로 덧칠하는 방법, 종이를 덧붙여 훼손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라며 “낙관이 훼손됐으면 도난 문화재로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절도범들은 문화재는 도난당해도 관계당국에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렸다.
강신태 문화재청 단속반장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는 평소 목록이나 사진 등을 관리하지 않고 있어 도난에 취약하다”며 “특히 도난을 당해도 파출소에만 신고할 뿐 문화재청까지 신고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이 이번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7900여 점의 자료 가운데 문화재청에 도난 신고가 돼 있던 것은 불과 250여 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문화재청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0년 6월까지 모두 1만 8436점의 문화재가 도난당했으며 이 가운데 4697점만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비지정 문화재가 1만 6336점(회수 3821)으로 가장 많고, 지방지정문화재 1823점(회수 649), 국가지정문화재 277점(전량 회수) 등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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