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 학급 대표의 구령에 맞추어 선생님에게 “안녕하세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종료 벨이 울리면, 앉은 상태에서 공수 자세를 취하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한다. 인사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겠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어서 학교 경영자로서 근무하는 학교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아이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선생님과 마주칠 때, 공손하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예쁜 학생도 있지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성의 없이 하는 학생, 못 본 체 외면하고 지나가는 학생, 고개만 까딱 하는 학생 등 다양하다. 어떤 때에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인사하는 습관이 제대로 들지 않은 학생이 너무 많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쓸모없는 지식만 머릿속에 가득 집어넣으면 무엇에 쓸까 하고 걱정될 때가 많다.
공수법 인사는 우리의 조상들이 오랫동안 해온 전통 예절이다. 큰 절을 올리기 어려운 장소에서 웃어른을 뵈었을 경우,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등에, 여자는 오른손을 왼손 등에 가지런히 모은 다음 복부 배꼽 부근에 가볍게 놓은 뒤, 등을 30도 정도 구부려 정중히 예의를 나타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수 인사법을 가르치면, '그것 백화점 안내원들이 하는 인사인데요'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좋아. 백화점 안내원들이 고객에게 왜 그렇게 인사하지?”라고 반문하면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신통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 이유는 고객을 정중하고 깍듯하게 모시겠다는 마음을 그런 인사법으로 표현하는 거야. 여러분도 등하교시에 부모님께 그렇게 인사해 보세요. 용돈의 액수가 달라질 거예요. 선생님에게도 늘 공수로 인사 해봐요. 여러분의 생활태도도 달라지고, 성적도 쑥쑥 올라갈 겁니다. 이웃 어른들에게도 공수로 인사해 봐요. 아무개 자녀 잘 두었다고 칭찬이 자자할 거예요.”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사고(思考)를 통해 행위가 수반되지만, 올바른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잘못된 사고도 전환할 수 있다. 형식은 내용의 존재방식이므로, 공수법 인사가 몸에 배면 어른 공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구글'이라는 검색 업체라고 한다. 그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재 선발 조건이 3가지인데, '내적 동기가 풍부한 사람, 겸손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이다.
성서에도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어느 곳에서든 대우 받고, 환영 받는 겸손한 사람을 양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원평가, 교장 초빙제 확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교를 흔드는 외풍이 요란스럽고 거세다. 학생이 교사를 신뢰하고 존경하지 않으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사가 가르치는 교과 내용을 불신하고, 지도에 불응하여 대들고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혼냈다고 학부모가 교무실에 와서 난리를 피우는 이런 학교의 현주소를 교사의 무능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교권 확립을 위한 사회적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실의와 절망감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이를 극복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이라고 봐도 좋고, 절규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 나아가 무너진 교실을 회복하고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큰 뜻이 있다고 확대 해석하면 더욱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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