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식민지 시대 흔적들

  • 문화
  • 공연/전시

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식민지 시대 흔적들

원동~인동네거리 방향에 남아 일제 지배·착취의 상징적 장소

  • 승인 2010-09-07 14:08
  • 신문게재 2010-09-08 10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이전 호에서 과거 작은 촌에 불과했던 대전은 1904년에 개통된 경부선 철도와 더불어 교통의 중심지로서 급속히 근대도시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면적의 증가와 함께 인구도 점점 확대되었는데 1925년까지는 일본인이 오히려 한국인보다 더 많이 거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한국인이 급증하여 1926년부터는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많아졌으나 일본인은 일제강점기가 거의 끝나가는 1943년에도 대전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며 대전의 행정권과 상권을 지배하며 큰 부를 축적했다.

근대 대전의 모습은 이렇게 일본인들에 의해 일본인들을 위해 계획되고 발달하게 되는데 1920년대까지는 당시 대전의 중심지였던 대전역 주변의 중동, 정동, 원동, 삼성동, 인동 등지에 일본인 상가가 들어서며 일본식 시가를 이루었고, 효동, 천동, 삼성동 등지에는 정미, 제사, 피혁과 관련된 공장들이 들어서게 된다.

1930년대에는 1932년 도청 이전에 맞춰 선화동, 대전여중 주변, 용두시장 주변, 보문 중·고등학교 주변 등지에 일본인 저택이 들어서고, 경찰서와 법원 등의 행정기관 또한 도청 주변으로 이전해 오면서 관사, 상가, 학교 등이 지어졌다. 이와 더불어 대전역과 도청 사이의 도로가 넓어지고 관공서, 금융기관, 상가 등이 밀집되어 지어지게 되는데 그 흔적들을 지금도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중 일본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독점하기 위해 설립했던 '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 원동네거리에서 인동네거리 방향 약 100m 위치에 잘 남아 있다. 광복 후 체신청과 대전 전신전화국으로 사용되다 지금은 타일 판매점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건물은 1922년 12월에 완공되었으며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제98호로 등록되었다.

동양척식회사는 1908년에 세워진 식민지 경영의 수탈창구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장했던 회사로, 동경에 본점을 두고 서울에 조선지사, 대전을 비롯한 전국에 총 9개의 지점과 출장소를 두었는데 지금은 부산, 목포, 대전지점의 건물만이 남아 있다. 이 회사는 곡식의 착취를 위해 전남, 전북, 황해, 충남의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전국토의 40%에 달하는 전답과 임야를 차지했었는데, 이 건물은 일본이 이렇게 온갖 수법을 동원하여 한국인들의 재산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자행했던 역사적이며 상징적인 장소다.

건축적으로는 1층 외부와 내부가 많이 변형되긴 하였으나 전체적인 형태는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저층부의 석조기단, 붉은 벽돌 조적조 외벽, 지붕의 코니스 처리 등 근대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주출입구를 강조하는 외관형식이나 정면 중앙 지붕 상부의 문양, 처마선 아래의 수평 돌림띠, 창틀 상인방의 정교한 부조 등은 당시 타 지점과 많은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나 건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물을 지금처럼 훼손된 채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역사의식의 부재를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목포의 경우 동양척식회사 건물을 개보수하여 2006년 일제강점기 목포 도시사회사를 살펴볼 수 있는 '목포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고, 부산도 이미 2003년에 '부산 근대역사관'으로 개관하여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은 충남도청 건물과 함께 일제강점기 대전 원도심의 매우 중요한 역사적 장소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몇 개 남지 않은 건물이다. 얼마 전 목척교가 새롭게 완공되었다.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이 때 목척교의 부활과 함께 대전에서 원도심이 지니고 있는 위치와 의미를 생각할 때 동양척식회사 건물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대전 시민들에게 되돌아와야 할지를 생각해볼 시간이다. /이희준 대전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