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이러한 노력은 왜 사전에 이루어지지 못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비용문제다. 다양한 방법과 경험, 장비 등을 동원하면 접근하는 위해 물체의 인식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방법과 경험을 체득한 전문가의 고용과 고가의 장비가 대량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용의 문제는 늘 특정 사업의 추진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장애로 작용한다. 둘째는 위해가 가해지지도 않았는데 그러한 방법과 장비들을 반드시 동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미래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종종 정책과 비즈니스에서 결과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차이를 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내부의 기술적 사정이나 국가간 외교적 협력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 어쨌든, 상기 사건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위해물체의 인식을 위한 방법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이를 현장에서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타분야 기술들의 적용을 모색하는 전형적인 융합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파악하고자 한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의미는 그 자체로 '서로 다른 기술이나 산업들이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기술과 산업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것으로 수렴한다'는 융합의 속성을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융합은 현시대에 불쑥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오랜 옛날부터 각 분야에 걸쳐 존재해 온 현상이다. 단지 최근 화두가 되는 이유는 급격한 기술혁신으로 타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적용이 급격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의 대비를 위해서는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융합의 진전과 확산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융합의 진전과 확산은 현장에서의 필요에 대한 인식과 기술적 구현을 위한 준비 정도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된다. 정부 각 부처는 융합의 진전과 확산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크'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동형태와 IT가 상호 활용되면서 노동환경을 혁신하는 전형적인 융합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안함의 예처럼 스마트워크에 대한 기업과 개인들의 욕구가 절실한지는 의문이다.
공공정책이 아닌 비즈니스 세계에서 필요에 대한 욕구는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교육과 금융이 온라인화되는 상황에서 IT와의 융합을 역행하는 결과는 경쟁에서의 도태로 귀결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융합은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가장 활성화될 것이므로, '톱다운' 방식보다는 융합에 대한 현장의 필요를 자극하는 '바텀업' 방식의 융합촉진 정책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장의 필요에 대한 욕구를 구현하기 위한 적정한 기술수준이 준비되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위해물체의 인식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수준이 정의되었다고 하자. 적정 기술수준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한 R&D가 필요하게 될 것이고, 이는 융합의 진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특히 향후 융합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각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술수준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BT-IT 융합은 양분야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할 전망이나 일부 주력산업분야의 융합은 기존 기술로도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기술의 활용과 고도화라는 양측면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R&D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일부에서 민간능력의 확대로 공공부문 R&D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비판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지만 융합의 진행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의 그릇된 정책결정은 대단히 큰 정책실패를 초래할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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