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교 한국미협대전지회장.한남대 교수 |
물론 관장이 지역인사였다면 재임 후에도 대전지역에서 활동을 했겠지만 주로 중앙인사들로 채워졌던 까닭에 역대 미술관장들은 미술관을 떠나면서 대전에 더 이상 머물 이유도 없었고, 그 가운데에는 미술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미술관을, 대전을 떠나야할 개인적 명분이 앞섰던 이들도 많았다. 이러한 점은 비단 관장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미술관의 학예의 꽃이라고 불리는 학예실장 자리 역시 수없이 교체됐지만 현재 대전에 남아 활동하는 이들이 누가 있는지 살펴보라. 관장과 학예실장 자리가 훌륭해서인지 그 자리를 맡았던 중앙출신의 인사들의 능력이 출중해서인지는 몰라도 임기를 다 채우지 않아도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옮길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탁월했던 것은 사실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대전미술계는 그만큼 개인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그들만의 실험적 공간으로서의 넉넉함을 가지고 모든 자원을 내줬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한 지자체의 문화예술정책을 전개하기 위한 인물기용으로 사용되는 인적 물적 자산과 조직력은 지역미술로 축적돼야 할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기용된 개인의 실험적 무대를 위해서 뿌려지고 흩어질 뿐이었다. 그러니 세간에는 미술관장이 뭐 그리 대단한자리이겠는가, 누가와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는 말들이 도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제라도 한 지역의 미술관장 자리는 정말로 대단한 자리가 아니라 중요한 자리라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0여명의 조직원들을 중심으로 시민, 미술인들과 소통하고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일궈내고 국내·외 미술문화를 생성해내야 하는 관장의 자리는 정말 중요한 자리다. 주요경력과 학력을 가졌던 인사들이 관장으로서 임기를 채울 수 없었고 지역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에 별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까닭은 지역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없었던 까닭이다. 정말 지역과 엽기적인 애정행각을 벌일 만한 용기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부분적 성과나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잠시 잠깐의 쇼가 아니라 지속적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미술관은 단순한 행정도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 아니다. 무형의 자산을 정리하고 의미평가해 지역미술정책을 구축하고 지역미술이라는 장래의 열매를 맺어가는 곳이다. 높은 학력과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경력이나 이력이 알고 보면 조직원들과 상호협업으로 이루어져야할 일의 속성 때문에 요구될 뿐이다. 이제 미술관은 조직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소신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토양의 마련, 의식과 실력을 갖춘 작가들을 발굴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행정적 노력이 수반돼 과거의 10년을 발판으로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발돋움할 시기에 있다. 누가 관장이 되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지역을 발판으로 개인의 야욕이 아닌, 인성(人性)이 정립된 이가 관장으로서 책무를 다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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