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Wee시스템과 치유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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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Wee시스템과 치유서비스

[월요아침]김종성 충남도교육감

  • 승인 2010-09-05 13:08
  • 신문게재 2010-09-06 20면
  • 김종성 충남도교육감김종성 충남도교육감
어느 날 시내 중심의 큰 사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듬직한 체구의 청년들이 도로에서 큰절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회에서 중견으로 자신들의 몫을 당당하게 해내고 있지만, 학창시절에는 유난히도 속을 썩였던 제자들이었다. 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라 할 만큼 심한 사춘기를 겪었다.

▲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주위에서는 퇴학이나 전학을 권했고, 담임교사였던 나는 끝까지 지도하겠다는 고집을 피웠다. 다행히 이들은 나의 지도를 따라 주었고 심기일전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고 지도를 따라준 제자들이 자랑스럽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부적응하고 사고를 일으키는 학업 위기 학생이라 해서 퇴학이나 전학 처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에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학시킨다 해서 그 학생이 옮겨간 학교에서 잘 적응한다는 보장이 없다. 어떤 일로 전학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킬레스건으로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퇴학시킨다는 것은 아예 싹을 자르는 일이 된다.

과거 학교현장에는 부적응학생이나 위기학생들을 지도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다. 오로지 담임교사의 몫이었다. 늘 담임교사가 가장 애가 탔다. 전문상담사나 치유사도 없었다. 오늘날은 많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지도 시스템을 구안했다. Wee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Wee는 우리들(We)+교육(education)+감성(emotion)의 합성어로, Wee시스템은 우리들 모두가 함께 정서적 공감대 속에서 보듬어줄 학생들을 상담하고 치유하는 단계적인 체제다.

먼저 1단계로, 학교에는 Wee클래스가 있다. 이곳은 소속학교에서 담임교사 다음으로 상담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학교에는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교사가 학교를 순회하며 다양한 상담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큰 학교에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어 운영한다.

다음 2단계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Wee센터다. 이곳은 학교의 Wee클래스보다 다양한 체제를 갖춘 멀티지원센터로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치료사, 정신과의사 등 전문인력을 연계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유서비스까지 가능하다. 또한 자녀교육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어머니들을 위한 학부모 치유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직접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관내의 천안교육지원청 Wee센터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잘 되고 있는 사례를 전국에 일반화시키고자 함이었다. 그 때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학생과 그 어머니를 만났다. 학생은 만족하고 있었고, 그 어머니도 학부모까지 치유해 주고 있음에 너무나 감사해 했다. 앞으로는 자녀교육에 속이 타들어가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풀어주고 치유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끝으로 3단계는, 충남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Wee스쿨이다. Wee스쿨의 조직과 구성은 Wee센터와 대동소이하다. 차이가 있다면, Wee센터가 단기적 치유 장소이고 Wee스쿨은 장기적인 체제다. 여기서는 Wee센터에서도 치유가 안 된 학생들을 6개월 동안 기숙시키면서 특별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우리교육청에서는 전국 시도에서 가장 먼저 Wee스쿨인 충무학교를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입교 때보다 많이 변화했다는 얘길 들었다. 이 학생들이 원 소속학교로 돌아가 새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 게다가 충무학교 위치가 성웅 이순신 장군의 영령이 있는 아산 현충사 인근인 만큼 그 높은 기상과 정기를 받아 한 때의 좌절과 시련을 극복하고 미래인재로 탈바꿈했으면 한다.

청소년기의 방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제2도약을 위한 몸부림이다. 이들이 자신에게 맞춤한 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기성세대 몫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제몫을 다하도록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늘진 곳에서 힘들어 하는 소외된 학생들이 희망 속에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우리교육청의 Wee시스템 속에서 답답한 응어리를 풀고 밝게 웃는 모습으로 옹골찬 미래를 가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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