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찬 목원대 교수 |
이미 대전의 경우에도 교외탈출은 시작되었다. 공주, 옥천, 논산, 금산 방향으로 가다보면 전원 주택단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개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를 갖는 시민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도시 공동화를 방지하고 아름다운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시민들이 원하는 녹지대를 도심에 확보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도시에 살만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면 도심탈출은 중지된다. 미국 중서부의 대표도시인 '자동차 타운(motor town) 디트로이트'와 '바람의 도시(windy city) 시카고'를 비교하여 보자. 1871년에 시카고에 대화재가 발생했다. 도시의 건물들은 대다수가 목재건물이어서 도심에 위치한 대부분의 건물들은 대화재에 소실되었다. 도심 개발을 놓고 '개발업자'와 '환경주의자'들이 한판 승부를 벌였다.
환경주의자들은 미시간 호수주변을 녹지대로 보호하고 공원, 박물관, 동물원 등을 유치하여 공공 휴식공간을 만들자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개발업자들은 대형빌딩과 상업 지구를 건설해야 도심이 발전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논쟁은 8대 2 정도로 환경주의자들의 승리로 마감되었고 미시간 호수주변의 80%가 시민들의 녹지공간으로 보호되었다. 이 녹지공간 때문에 교외탈출은 지속되었지만 도심의 인구는 1950년대 최고점(360만)에 이른 이후 급속히 하강하지 않고 현재까지 300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도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1990년대에 도심인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디트로이트는 도심에 제너럴 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부를 가진 자동차산업의 근거지다. 1950년대 자동차산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180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9번째로 큰 도시였다. 시카고와 달리 디트로이트는 온타리 호수 주변에 거대한 녹지대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1960년 중반이후 중산층들의 도심 탈출이 시작되어 1990년대에는 도시인구가 90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교외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서 2009년 현재 메트로폴리탄 디트로이트는 530만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엘허스트와 같은 도심지역은 헤로인, 코카인, 그리고 범죄의 대명사가 되었고 디트로이트 치안은 불안의 극에 달하였다. 1970년대와 1990년대에 시도한 도시 르네상스 계획이 일정한 수준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시카고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도심에 녹지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전도심에 거대한 녹지대를 어떻게 보호하고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전천, 유등천, 갑천을 녹지대화하고 월평공원과 같은 녹지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사업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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