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룡 특허청 차장 |
신약은 통상적으로 분자를 설계해 화학적으로 합성한 후, 임상 시험을 거치는 절차에 의해 개발되는데 이러한 기존의 방법은 적중률이 낮아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열풍으로 유전자 치료가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감만 큰 상태다. 따라서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전통지식에 의거한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각국의 동향을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2000년 육상 식물들로부터의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후, 2004년까지 미국에 등록된 신약의 24%가 천연물에서 유래된 물질일 정도로 천연물 신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독일은 1966년 부터 정부 주도하에 천연물 성분과 유도체를 수집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Natural Product Pool'이라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중국도 정부 주도하에 3000종이 넘는 천연약용 식물자원을 채집해 중약(中藥) 천연성분 화합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2008년 현재 250개 이상의 신물질을 확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 '천연물신약개발연구촉진법'을 제정했고 지난 7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에서 천연물 신약의 신속한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천연물 신약은 위령선, 괄루근 및 하고초에서 추출한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과 쑥에서 추출한 유파틸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캅셀' 등이다. 이 두 제품의 연간 매출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10여 개의 국산 신약 중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이 두 제품에 의해 국산 천연물 신약의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연물 신약의 개발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환경에 있다 할 수 있는데 동의보감 등과 같은 전통 한의서 등의 문헌정보와 수천 년간 쌓여온 민간요법의 임상적 경험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통 한의서나 민간요법의 처방 그대로는 새로운 발명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천연물 신약을 특허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종래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효능을 밝혀내거나, 활성 성분을 분리해내거나, 효능이 향상된 복합성분의 생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전략적으로 특허권 획득을 염두에 두고 전통 한의서나 민간요법을 바탕으로 천연물 신약을 개발해나간다면 특허를 선점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지식은 개별 제약회사 단독으로 파악하고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다. 이에 특허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전통지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국전통지식포털(www.koreantk.com)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 포털 사이트에는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전통지식에 대한 학술논문과 천연약재, 전통처방, 병증정보, 특허분석정보, 약재에서 추출되는 성분 화합물에 관한 정보 등 22만여 건에 이르는 방대한 전통지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특허분석정보는 연구개발 초기단계부터 활용한다면 연구성과물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녹색성장을 주도해 나갈 천연물 의약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우리도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천연물 신약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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