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송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뉴스를 접해보면, 러시아에서는 최악의 가뭄과 산불로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중국은 대홍수, 북한도 최악의 물난리 등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들썩였다. 지역의 강수 역시 국지적으로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대전의 강수량은 작년(2009년, 664.8㎜)보다 약 120㎜ 적게 내려 평년(763.8㎜)보다 220㎜ 정도 적었지만, 서산의 경우 평년(653.8㎜)에 비해 약 300㎜이상 더 내렸다.
현재의 무더운 날씨가 라니냐의 영향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그 조건에 도달 되지 않는 한 라니냐의 발달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현재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고, 적도부근의 동풍류가 강해져서 서태평양과 북태평양의 수온을 높여 주고 있다. 결국 그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열대의 덥고 습한 기류가 우리나라 방면으로 강하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무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무더위는 9월 상순이 지나면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더위가 한풀 꺾이며 선선한 바람이 불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고,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맺힌 이슬이 하얗게 보인다는 백로(白露, 9월 8일)가 눈앞에 와있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가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충청의 가을철 장기예보를 보면, 10월 예상평균기온은 13~14℃, 강수량은 54~6㎜, 11월은 예상 평균기온 6~8℃, 강수량은 51~58㎜로 10월부터는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무더위와 집중호우 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가을맞이 준비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가로수길이나 올레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고, 산과 들에는 억새가 자라 11월 상순께 절정을 이루어 가을의 정취를 더할 것이다. 가을하면 뭐니뭐니해도 단풍이다. 평균적인 단풍 절정기는 태백산 10월 18일, 계족산 20일, 지리산과 무등산 23일, 치악산 24일, 팔공산 25일, 북한산 27일이다. 대전 주변의 경우 평균 10월24일께 시작되어 11월3일께 절정에 달한다. 이를 참고해 등산계획을 짜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가을철 기상은 또한 변화무쌍함을 특징으로 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1~2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다. 서리와 눈이 내리기도 한다. 대전의 경우 1984년 10월 5일에 첫서리가 내린 적이 있다. 첫 얼음은 대체적으로 10월 말경부터 언다. 그러나 10월 중순께 얼음이 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가을기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생활하면 분명 손해는 없다. 날씨정보는 기업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상정보 활용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막바지 무더위를 슬기롭게 잘 이겨내자. 곧 있으면 아름다운 가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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