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석 대전시립교향악단 사무국장 |
문화제국주의의 이데올로기는 국가 간의 일방적인 문화교류의 불균형으로 세계자본주의 체계인 지배와 종속구조를 유지ㆍ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제국주의 국가는 문화산업을 통한 중심국의 문화지배로 영구화시켜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명목상 그리고 외형적으로 자국의 대기업이 국내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되어 보이지만, 사실상으로는 외국기업의 통제하에 움직이며, 이로 인해 외국 문화산업에 대한 국민의 저항의식이 희석된다.
예컨대 뮤지컬의 경우 라이선스 계약이 그러하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종속의 극복 없이는 자립문화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기술과 자본에 의해 생산의 기초를 이루는 생산의 물적 토대인 문화콘텐츠가 인간의 의식과 사상을 실어 나르는 용기라고 볼 때, 문화콘텐츠 종속과 독점적 통제는 어쩔 수 없이 문화종속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화상품을 통해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유태계 프랑스 철학자 시몬 아돌핀 베유의 유작집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고대 로마제국에서 비롯돼 르네상스와 근대로 넘어오면서 본격화된 '뿌리 뽑기'를 전면적으로 해명하고 거기에 맞서, 어떻게 이를 막고 극복하느냐를 제시한 책이다.
광복 65주년을 지나면서 일본제국주의세력에 의해 35년간 '뿌리 뽑혔던' 한국에서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은 과거 어느 식민주의 국가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식민정책을 우리에게 펼쳤다. 그 주된 정책은 우리의 민족 '뿌리 뽑기'를 시행한 것이었다. 이제는 지난 이야기로 회자 되는 이야기지만 과거 우리 대전은 오랜 기간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왔다. 이것은 우리 대전시민의 뿌리 내리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오명이 이제는 문화의 산실, 문화의 메카로 탈바꿈되어야 할 시기다. 대전의 문화 뿌리내리기가 그 속에서 펼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뿌리 뽑힌 상황은 아무런 삶의 의미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국제화한 문화와 의식의 세계에서 또 문화제국주의 성향으로 다가오는 문화산업 물들에 대해 대전 시민 각자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할 것이며, 어떠한 가치관 설정 속에서 세계 속의 대전으로 발전되어야 할지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대전의 뿌리 내리기를 위한 문화 형성은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대중문화 상품을 생산하는 '문화산업'과 대중문화를 수용하는 '대중'이라는 두 주체의 토대를 중심으로 정책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대전문화의 형성 및 대전문화정책은 결국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 구조를 민주화하는 것과 문화를 수용하는 대전시민의 주체성을 밝힘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대전의 뿌리 내리기는 결국 이 두 가지 방향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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