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 제9군단과 픽트 족의 전투는 제9군단의 몰살로 싱겁게 끝난다. 계속되는 건 살아남은 전사 7명의 도망길이다. 그들의 뒤를 로마군에 부모를 잃고 여전사로 키워진 사냥꾼 에테인이 맹렬히 쫓는다. 닐 마샬은 이 시대극조차 자신의 장기인 폭력미학으로 이끈다. 인간의 피와 살이 터져나가는 헤모글로빈의 미학이다.
‘글래디에이터’의 스펙터클이나 ‘300’ 같은 화려한 전투를 기대했다간 실망만 크다.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는 극단적 고어를 통해 전쟁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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