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죽이고 싶은]병실에서 만난 원수... 죽느냐 죽이느냐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죽이고 싶은]병실에서 만난 원수... 죽느냐 죽이느냐

■ 죽이고 싶은 감독: 조원희, 김상화. 출연: 천호진, 유해진, 서효림.

  • 승인 2010-08-26 17:33
  • 신문게재 2010-08-27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뇌줄중 환자인 민호는 ‘죽고 싶은’ 남자다.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그에게 어느 날 ‘죽이고 싶은’ 남자가 나타난다. 같은 병실을 쓰게 된 환자 상업이다. 아내를 겁탈하려 했고, 끝내 목숨까지 빼앗은 악당. 민호는 상업을 죽이기 위해 재활훈련에 힘쓴다. 그런데….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는 게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철천지원수가 한 병실에 나란히 누웠으니 싸움은 필연이다.

민호와 상업. 민호에게 상업은 아내를 겁탈하려 했고 결국 목숨까지 빼앗은 나쁜 놈이다. 죽이고 싶다. 상업이 뇌수술을 받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기회도 좋다. 민호 또한 팔 하나밖에 쓸 수 없는 성치 못한 몸.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필살기’를 펼친다.

‘탁구공만 맞아도 죽을 수 있다’니 컵 던지기, 스타킹에 비누 넣어 때리기, ‘제리뽀’를 먹여 질식사시키기, 전기치료를 받고 있을 때 물을 뿌려 감전사시키기, 급소에 쇠구슬 던지기 등등. 유치찬란하고 기상천외한 복수의 ‘필살기 5종 세트’는 폭소와 동시에 긴장의 리듬으로 죄어온다.

웃다보면 본론이 시작된다. 상업이 정신을 차리면서부터다. 상업은 거꾸로 민호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고 가정을 파탄에 빠뜨린 원수임을 기억해낸다. 도대체 누구의 기억이, 누구의 말이 진실인 걸까. 영화는 이때부터 ‘흥미진진한 스릴러’로서 색깔을 드러내고, 서로를 죽이려는 둘의 싸움도 살벌하게 강도를 높여간다.

문제는 마무리다. 거짓된 기억에 가려진 진실, 이들이 같은 병실을 쓰게 된 사연, 그들의 주변 인물들의 정체가 우격다짐으로 쏟아지는 반전은, 좋은 아이디어에 마지막까지 공들인 연출을 단박에 무너뜨린다.

반전에 대한 강박증을 떼놓는다면, ‘죽이고 싶은’은 참신함이 돋보이는 수작(秀作)이다. 근사한 아이디어에 꼼꼼하게 엮어가는 연출 솜씨도 좋다. 코미디와 스릴러, 공포를 불러내는 장치들이 뒤엉키면서도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특히 천호진과 유해진,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연기 공력은 압권이다. 분노에 가득한 눈빛으로 민호를 쳐다보다가 어느 순간 욕설과 농담을 곁들이며 관객들에게 휴식 같은 웃음을 던지는 유해진의 연기는 ‘이끼’에서 보여준 명연기에 버금한다.

두 배우의 ‘징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러 간 값한다. 이들이 불편한 몸을 격렬하게 부딪치는 막바지 결투는, ‘가학’일망정 끝까지 밀어붙이는 쾌감이 일품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