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져서 우는 걸 보셨나요? 배운 양반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24일 오전 대전현충원 천안함 용사 묘역. 천안함 유가족들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자식이 잠들어 있는 묘비 앞으로 불러 세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아들과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은 아픈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닥친 시련이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의 피맺힌 절규를 비하한 경찰 총수 후보자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유가족은 “마음에도 없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비꼬고 나서 “당신 아들 굴속(지하)에다 넣어놓았다 생각하고 격의 있게 울어보세요”라며 울부짖었다.
조 내정자가 지난 3월 일선 지휘관 교육에서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격의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에 직격탄을 날린 것.
다른 유가족은 “나는 우리 새끼 얼굴도 못 봤어. 고기가 다 뜯어 먹어서 얼굴도 못 본 엄마야…. 그런데 짐승에 비유해?”라며 조 내정자를 호통쳤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 이미 수차례 사죄의 뜻을 비춘 조 내정자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듯 보였다.
여기저기서 “내가 어디 짐승 같아요? 내 얼굴 똑바로 바라보세요.”, “당신 어떻게 우는가 한 번 보자고…”라며 격앙된 외침이 오갔다.
경찰청장 내정자 신분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조 내정자의 발언 내용을 꼬집어 “자기가 격이 있다면 청문회에서 자진 사퇴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격앙된 유가족에게 둘러싸인 조 내정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간혹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하겠습니다”라고 거듭 용서를 빌었다.
천안함 묘역에서 만난 일부 유가족들은 조 내정자의 사죄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 유가족은 “유가족을 동물에 빗댄 말이 평생 가슴에 남아있지 않겠느냐?”며 “죄송하다고 해서 (그 발언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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