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진 충청체신청장 |
그러나, 작년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Public Service Summit 2009'에 발표자로 참가하면서 IT전문가로서 큰 충격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이 회의는 3일간 선진국의 공공과 기업분야 리더 300명이 참가해 새로이 부상하는 정책과 비즈니스 이슈를 토론하고, 10명씩 참가자를 바꿔가며 6차례 오ㆍ만찬을 한다. 당시 모든 식사테이블 참석자의 80% 이상이 블랙베리,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혼자만 이메일, 인터넷검색, 트위터가 안 되는 S전자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었다. 5년만의 거대한 지각변동이다.
이달초 타임지 커버스토리에 소니 워크맨으로 대표되던 변화의 선구자이자 역동성의 상징이던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이후, 숨 막히는 무기력함에 내몰리는 이유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일본이 과거 영광의 연대의 관주도 정책결정, 수출지향 일변도, 제조업과 경제성장의 동일시라는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기업은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회구조 변화에 적합한 신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 대한 맹신과 비효율적인 서비스산업의 쇄신을 가로막는 관성, 업무방식, 제도의 틀을 부수지 않고는 말 그대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될 것이다.
산업과 사회구조에서 닮은 점이 많지만 무기력한 일본과 IT 및 서비스산업에 큰 위기감을 던지는 아이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하는가?
작년 12월31일 지식경제부 브라운백 미팅에서 필자는 'IT 갈라파고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스톡홀름 출장에서 받은 충격과 시사점을 대변했다. 1835년 다윈은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졌지만, 섬 사이 거리는 불과 수십 떨어진 태평양상의 갈라파고스제도를 5주간 탐사했다. 남미 본토의 흉내지빠귀새와 서로 다른 3종의 흉내지빠귀새가 갈라파고스의 4개 섬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윈은 적자생존과 진화론을 제시했다. 요체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생물은 변화와 적응을 통해 살아남아 진화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마치 갈라파고스 흉내지빠귀새와 같이 산업과 IT 분야에서 세계의 거대한 트렌드와 다르게 독자 진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ㆍ지자체 당국자와 국민이 공장 개수 증가와 성장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닌지? 유기적으로 연관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상품의 핵심역량이지만, 기업가들이 피라미드적인 사고방식과 수직적인 의사결정에 젖어 세계 시장추세와 동떨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폰의 성공은 단순히 디자인이 좋아서도, 하드웨어가 우수해서도 아니다. 창의성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개인과 기업을 '앱스토어'로 묶어낸 스티브 잡스의 선견지명과 수평적인 방식의 사업추진 결과다.
운명적으로 우리는 제조업 도그마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에서 살 수 없다.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협력하는 유전자를 못갖추면 자연도태 될 것이다. 기업, 정부, 학계는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사고방식과 산업구조의 드라마틱한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다행히 한국 젊은이들은 다양한 사고와 수평적인 분업에 능숙하다.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이런 역량을 조직화하고 상생을 도모하자. 단기적인 성과의 달콤함에 빠지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생존능력 제고를 추구해야 한다. 충청체신청도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우편, 우체국 예금ㆍ보험의 서비스 삼각편대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찾아봐야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