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들에게 대흥동이라는 장소는 무척이나 낯익은 장소다. 과거의 대흥동은 화방과 화랑들의 모습과 많은 예술인이 거주하거나 방문한 문화예술의 공간이었다.
대흥동을 찾은 예술인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치 사랑방에 찾아온 손님(예술인)과 손님을 맞이해주는 마님(주민들)의 모습과 같았다.
그 애잔한 삶과 예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대흥동 마님과 사랑방 손님' 프로젝트가 오는 31일까지 스페이스 씨에서 열린다. 프로젝트에서는 카페 팔로미노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명 씨와 비잔(Visan)을 운영하고 있는 이혜경 씨의 옛 대흥동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와 함께 미술작가들과 교류하며 소장하게 된 소장품과 특별한 사물로서의 애장품을 전시한다.
전시에 참여한 이정명 씨는 현재 컨트리 가수로 지난 1983년 대흥동에 이색적인 느낌을 풍기는 라이브카페 '팔로미노'를 오픈해 현재까지 계속 운영하고 있다. 이색적인 느낌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지난날 현대미술가와 음악가들이 소통할 수 있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혜경 씨는 10여 년이 넘게 대흥동에서 자리를 잡고 처음 '고장난 시계'를 운영하다 현재 '비잔'을 운영하며 유능한 현대 미술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과거의 고장 난 시계로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가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눴던 비잔. 그리고 그녀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시대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흥동에서 예술을 펼쳤던 그들의 삶, 그리고 그 삶 속에 녹아 있는 과거의 대흥동이야기를 풀어내고 현재를 다시 의미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과거 또는 기억으로서의 장소가 아니라 현재에도 풍부한 삶과 예술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장소'로 재기억 시키며 '생생한 미래의 대흥동'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전의 지역축제인 '대흥동립만세'축제기간에 함께 열려 옛 예술문화지역인 대흥동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의 주체가 작가가 아닌 대흥동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은 대흥동 주민, 공간, 장소들이 전시의 주체가 된다.
전시를 통해서 대흥동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키워주고 삶을 하나의 예술로 다뤄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어 삶과 예술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이번 전시의 특징은 예비전시기획자인 '씨앗'(신세대)들에게 전시의 실무를 경험할 기회와 함께 새로운 전시의 형태인 다큐멘터리 성격의 아카이브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새로운 전시형태를 알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제공할 것이다./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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