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날이 풀리고 차지 않은 바람이 뺨을 스치면 떠오르는 곳, 세상일에 지쳐 머리를 식히고 싶으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곳은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춘천의 한 펜션에 사랑으로 얽힌 남녀가 모여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유부남인 명수와의 위험한 사랑을 선택한 선영, 그런 선영을 짝사랑하는 후배 지환, 그리고 또 다른 색채의 세진과 영민의 사랑, 처음 만남을 시작하는 주미와 응덕, 사랑에 한 발 떨어져 희곡을 쓰는 수진,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하는 연출가 병태.
춘천에서 펜션을 하는 응덕의 초대로 주미는 여행계 모임 멤버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이들은 예전에 가봤던 춘천으로 떠난다. 사랑에 얽혀 허우적거리는 감정 때문에 괴로운 청춘들은 춘천에 모여, 사랑의 끝을 확인하고, 혹은 더 관계를 깊게 하고, 혹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이처럼 연극 춘천 거기는 연인 또는 친구 사이인 남녀의 사랑이야기, 또 그들이 사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객석에 앉은 관객이 무대 사이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연극은 사실적이다.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는 언젠가 나 또는 네가 했을 법한 이야기이고, 그들의 고민은 언젠가 너와 내가 안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혜화동 1번지 4기 동인으로 젊은 작가, 젊은 연출로 주목받으며 관객으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은 김한길의 대표작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꽉 찬 구성,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살짝 곁들여진 웃음 코드는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5000원. ☎042)226-7664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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