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80년대 현대사를 교도소에서 체험한 저자는 12·12 군사반란 사건 관련자, 이부영, 김근태, 이근안씨 등 민주화 인사들, 1988년 탈옥한 지강헌 등 교도소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을 통해 굴곡진 현대사를 조명한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을 촉발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된 계기가 한 교도관의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23년 만에 처음 공개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밝히고자 이부영(전 국회의원 민통령 사무처장 일을 보다 시국사건에 연루돼 고척호텔에 구금돼 있었음)이 어떻게 함세웅 신부에게 관련 문서를 전달했는지 그 과정이 소상히 담겨 있다.
책 속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된 최초의 관련 문서를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안유 계장이 소개된다. “안유의 공분과 양심이 없었던 들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문은 전한다.
본문에는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탈주하려던 지강헌, 소금물로 철창을 삭히는 사나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발휘하다 사람을 죽인 청년, 베트남전에서 금괴를 밀수한 사나이 등에 대해 수록했다.
또한 교도소 내에서 온갖 기발한 술이 만들어지는 진풍경, 사형수 청년의 슬픈 영혼을 달래주고자 강물에 법선을 띄우는 모습, 죄와 벌의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인간 군사의 모습 등을 때론 엄숙하게, 때론 익살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이부영은 추천사에서 “이 수기의 독자들은 저자의 독서량과 만만치 않은 문장력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가시울타리 속 민중사-민간실록”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태생인 저자는 80년 '서울의 봄' 시기 교정 공무원이 돼 30년 넘게 영등포교도소에서 재소자를 돌보고 있다. 저서로는 『섬마을 소년들』이 있으며 『민드리 아줌마, 유럽 하늘을 날다』 등이 출간 예정에 있다.
멘토프레스/지은이 황용희/294쪽/1만2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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