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야기]'축제' 문화로 뿌리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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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이야기]'축제' 문화로 뿌리내리길

  • 승인 2010-08-24 14:08
  • 신문게재 2010-08-25 10면
  •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현재 전국 각지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지역축제는 약 400여 개에 이른다. 작은 마을 단위의 축제는 제외한 수치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중심의 축제들의 증가 추세는 비온 뒤에 나타나는 들꽃마냥 사방에 가득하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축제가 많다면,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과연 지역민의 삶에 기쁨과 희망이 되고, 방문객의 가슴에 추억이 되며 살아남을 수 있는 축제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유동인구와 휴가문화 등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축제는 외형상으로 그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문제는 분명 축제의 개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축제의 나라 스페인에서는 연중 약 200여 개의 축제가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절반이다. '토마토 축제'나 '파야 축제', '소몰이 축제'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축제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매년 수십만 명이 축제를 찾는다. 중요한 것은 축제의 규모가 아니라, 질적 수준이다. 우리는 축제를 행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지역축제의 출발은 그 지역 문화의 특징을 살려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역축제는 그 곳에서 살아온 이들의 기쁨과 애환을 함께 나누는 공동의 나눔터다. 그러므로 축제는 행사가 아닌, 문화가 되어야 한다. 축제를 생각하면서 가슴이 설레고, 축제를 준비하면서 행복하고, 축제를 치르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방문객의 가슴에도 행복의 공감이 생기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지나친 꿈일까.

축제가 문화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 축제의 주관이 지역민이 아닌 행정부서에 있다는 점이다. 업적을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지역단체와 행정부의 기획력이 축제의 정점에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실적위주의 행사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입장에 있다. 지역민 스스로가 고민하고, 땀 흘리며 준비하고 참여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축제의 성공 또한 그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보람과 기쁨, 행복이라는 선물이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축제 이벤트의 내용이 기획사와 대행업체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지역 문화에 대한 소개와 산물과 특산물을 테마로 얘기하고,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절차가 축제의 핵심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랜 전통의 축제들은 대부분 지역 문화와 관련된 의례로부터 출발한다.

단순한 먹거리 산책이나 노래 감상, 특산물 코너에서의 할인행사는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느 축제를 가도 비슷한 구성과 기획, 그리고 매번 등장하는 공연과 특산물 코너. 축제는 기획 프로들이 선도하는 장터가 아니다. 지역민과 방문객이 마음과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아마추어 정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지역 축제들을 보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했던 자식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축제를 만들고 싶어 하는 구성이 방문객들의 가슴에 행복과 희망을 선물하지 않는가. 카탈루냐의 '인간 탑 쌓기'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지역민들이다. 베니스의 카니발 축제에서 누가 주인인가.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그저 방문객들이 주인이 되어 꿈같은 시간을 동화처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방문객이 지역을 찾아 지역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축제를 열어가고 있음을 공감하는 것이 축제의 핵심이다. 셋째, 축제는 지역의 현안과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결코 아니다. 방문객을 겨냥하여, 테마파크를 마련하고,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하며, 특설할인매장과 상설매장을 마련하는 것이 축제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아닐 것이다.

지역민 스스로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고향과 지역에 대한 소중함과 자신들 삶의 방식의 오롯함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방문객들이 함께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일탈의 짜릿함, 그리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경제적인 효과 그러한 것들이 축제가 지닌 문화로서의 가치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축제의 방향이 아닐까.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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