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 사건팀 |
23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설화'가 화두가 됐다.
청문회 위원들은 조 내정자의 입을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사퇴하라며 그를 압박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라 구속 수사 대상이다”라고 칼날을 세웠다.
여당 쪽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의 입을 나무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조 내정자는 이에 대해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조 내정자가 이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연유는 본인의 혀에서 비롯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말과 천안함 유족 절규를 동물에 빗댄 것이 불씨가 됐다.
자신만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끝날 일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및 천안함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것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치안 총수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선 경찰 심정도 참담했고 사기가 꺾였을 것 같다.
조 내정자가 불러온 설화는 이같이 엄청나다. 가벼운 입으로 자충수를 둔 사람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저명인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소송으로 이어지거나 논란거리가 되어온 사례는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부지기수다.
상황과 사정은 서로 달라겠으나 모두 사려 깊지 못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 화근이 됐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과 철학을 비추는 거울이다. 하물며 한 번 내뱉은 말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 치안을 책임지고 15만 경찰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조 내정자에게 중요한 것은 진퇴(進退)가 아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앞뒤 사정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쾌히 밝히는 일이다.
한번 묻고 싶다. 왜 그랬습니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