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재]2010 견우직녀축제를 마치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석재]2010 견우직녀축제를 마치고

[사이언스칼럼]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 승인 2010-08-23 13:59
  • 신문게재 2010-08-24 21면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우리 동양에서 음력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은 명절이다. 순서대로 각각 설날, 삼짇날, 단오, 칠석, 중양절인 것이다. 강릉시에서는 단오제를 성대하게 열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의 인증을 받아 중국이나 일본 같은 이웃나라들의 질시어린 견제를 받고 있다. 이 문제는 '글로벌 단오제'로 축제 지위가 격상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여기서 왜 어느 지방자치단체도 칠석제에 관심이 없는지 의문이 생긴다. 칠석은 시기적으로 8월 휴가철 한복판에 잡힐 뿐만 아니라 그 주제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사랑이다. 더구나 칠석제는 우리나라에 특별한 연고지도 없다. 그래서 필자는 대전시에 행사를 건의했고 올해 5회째를 맞이하게 됐다.

과학공원과 문예공원 사이의 엑스포다리는 오작교 그 자체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모습은 남녀와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대교나 부산대교를 오작교라고 우길 수는 없는 것이다. 대전시는 공모 끝에 그 다리를 공식적으로 '견우직녀다리'라고 명명했다. 현명한 대전 시민들 덕택에 갑천은 '은하수'가 된 것이다.

이 다리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북쪽 과학공원 방향에서 건너올 직녀네 패는 과학을, 남쪽 문예공원 방향에서 건너올 견우네 패는 예술을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 화두인 '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도 관계가 서먹서먹해 보이는 대전과 대덕연구개발특구 사이의 소통도 상징할 수 있지 않은가.

올해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견우직녀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틀 모두 낮에 비가 퍼부었지만 밤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준비된 의자를 모두 채웠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 오지 않은 두 번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백년해로 어르신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흐뭇했고 3년 전 축제 때 공개 청혼한 커플은 아이를 안고 나타나 감동을 줬다.

대전에서 열리는 견우직녀축제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한 한 다른 지자체가 '과학도시' 대전을 따라올 수 없다. 축제는 억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축제는 과학공원 지역을 살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시청 경제과학국에서 문화체육관광국으로 담당이 바뀌면서 견우성과 직녀성 찾기 등 과학행사가 모두 빠졌다. 할 말이 없다.

더 한심한 것은 5회째 열리는 동안 다리 양쪽에서 행사가 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견우직녀가 다리에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무슨 칠석제 행사를 다리 한쪽에서 여는가.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다리 양쪽 끝에서 출발해 다리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앞에 예를 든 것처럼 대전시가 철학 없이 마지못해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광역시 축제 예산이 우리 한국천문연구원 대한민국 별 축제 예산과 비슷하다면 누가 믿을까. 주관방송사가 기업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후원금을 모았지만 결과는 늘 역부족이었다. 한우 업계에서 작년부터 꾸준히 후원을 해 줘서 대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견우가 수입소를 키우지는 않았을 테니까 일리도 있다. 하지만 축제의 주제가 '한우와 직녀'로 바뀔까 우려되기도 한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자. 충남에서 대백제전을 앞장세워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데 우리 대전은 이게 무엇인가. 심지어 견우직녀축제는 전직 박성효 시장 때 만들어져 결국은 '낭비성' 축제로 낙인찍혀 없어질 것이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 하긴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어 굳이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꿈돌이도 버린 대전이니….

현재로서는 행사에 참여해 축제 지지 의사표명을 했던 염홍철 시장과 새로 부임한 문화체육관광국장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행사에 대부분 참가한 시의원들의 역할도 기대된다. 이제 '글로벌 칠석제'로 커나가는지, 다른 지자체에 빼앗기는지 대전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