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
과학공원과 문예공원 사이의 엑스포다리는 오작교 그 자체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모습은 남녀와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대교나 부산대교를 오작교라고 우길 수는 없는 것이다. 대전시는 공모 끝에 그 다리를 공식적으로 '견우직녀다리'라고 명명했다. 현명한 대전 시민들 덕택에 갑천은 '은하수'가 된 것이다.
이 다리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북쪽 과학공원 방향에서 건너올 직녀네 패는 과학을, 남쪽 문예공원 방향에서 건너올 견우네 패는 예술을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 화두인 '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도 관계가 서먹서먹해 보이는 대전과 대덕연구개발특구 사이의 소통도 상징할 수 있지 않은가.
올해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견우직녀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틀 모두 낮에 비가 퍼부었지만 밤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준비된 의자를 모두 채웠다.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 오지 않은 두 번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백년해로 어르신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흐뭇했고 3년 전 축제 때 공개 청혼한 커플은 아이를 안고 나타나 감동을 줬다.
대전에서 열리는 견우직녀축제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한 한 다른 지자체가 '과학도시' 대전을 따라올 수 없다. 축제는 억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축제는 과학공원 지역을 살리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시청 경제과학국에서 문화체육관광국으로 담당이 바뀌면서 견우성과 직녀성 찾기 등 과학행사가 모두 빠졌다. 할 말이 없다.
더 한심한 것은 5회째 열리는 동안 다리 양쪽에서 행사가 열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견우직녀가 다리에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무슨 칠석제 행사를 다리 한쪽에서 여는가.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다리 양쪽 끝에서 출발해 다리 중간에서 만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앞에 예를 든 것처럼 대전시가 철학 없이 마지못해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광역시 축제 예산이 우리 한국천문연구원 대한민국 별 축제 예산과 비슷하다면 누가 믿을까. 주관방송사가 기업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후원금을 모았지만 결과는 늘 역부족이었다. 한우 업계에서 작년부터 꾸준히 후원을 해 줘서 대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견우가 수입소를 키우지는 않았을 테니까 일리도 있다. 하지만 축제의 주제가 '한우와 직녀'로 바뀔까 우려되기도 한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자. 충남에서 대백제전을 앞장세워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데 우리 대전은 이게 무엇인가. 심지어 견우직녀축제는 전직 박성효 시장 때 만들어져 결국은 '낭비성' 축제로 낙인찍혀 없어질 것이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 하긴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어 굳이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꿈돌이도 버린 대전이니….
현재로서는 행사에 참여해 축제 지지 의사표명을 했던 염홍철 시장과 새로 부임한 문화체육관광국장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행사에 대부분 참가한 시의원들의 역할도 기대된다. 이제 '글로벌 칠석제'로 커나가는지, 다른 지자체에 빼앗기는지 대전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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