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영 前 논산군수 |
유등천에 나가보면 '금강살리기 유등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이라는 안내판에는 “자연과 함께 하는 유등천을 만들어 드리겠다”면서 이 강의 상류 복수교 부근에서 시작하여 5~6km 하류의 대화교 사이에 통나무 여울을 비롯한 여울 5개소와 갤러리크롬나이드 등을 조성한다고 되어 있다. 시행청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공사에서 발생하는 토사인지 아니면 준설토인지는 확인한 바 없지만 이 토사를 제방비탈(외제법면)에 가져다가 처리하는가 하면 강물이 흘러가는 수로 가장자리에도 계속 토사를 쌓고 있다. 이곳에는 본래 대부분 석축과 시멘트 블록으로 처리하여 제방붕괴와 토사유출 방지를 하고 있는데 그 위에 흙으로 덮고 또 그 위에 더러는 갈색 피복을 깔고 있다.
이번 여름 장마철에는 다행히 우리 지역에는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았는데도 최근의 20~30㎜ 비에 계속 유실되어가는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예산 낭비는 물론 시공상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시공청의 설명에 의하면 제방 법면을 정비하여 풀과 꽃을 자라게 가꾸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데 공사가 완료되고 한 해만 지나면 공사전의 제방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다. 지금 당장 현장을 가보면 두어달 전에 정비한 곳에 잡초가 무성하여 무엇 때문에 흙을 날라다 공사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1년에 한두번은 유등천은 잔디를 조성한 둔치를 덮는 정도의 비가 내리는데 이 경우 제방과 수로 가장자리에 붙인 토사가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여기 지적하는 문제점이 유등천만의 일인지 적어도 대전의 3대 하천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일 수천명의 시민이 걷기운동 하러 나왔다가 이 광경을 보노라면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시공사에 대한 원성마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잊혀진 하천을 주민이 즐겨 찾는 도시의 명소로 만들어 준다는 취지와 목적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공사현장을 보노라면 어쩐지 사업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수천트럭분의 흙을 싣고 다니느라 예쁘게 자라고 있는 푸른 잔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중간중간 휴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파고라 등은 여기저기 내동댕이친 채 방치돼 시민들을 분노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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