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액수만 맞으면 무엇이든’하는 용병 익스펜더블팀. 어느 날 작은 섬나라인 빌레나의 독재자 가자 장군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답사차 간 빌레나에서 바니와 리는 산드라의 인도를 받지만, 정체가 들통 나 겨우 탈출한다. 바니는 두고 온 산드라가 마음에 걸린다.
영화 초반, 과거 한 팀이었지만 지금은 라이벌이 된 바니와 트렌치. 만나기 무섭게 서로를 ‘거물’, ‘톼물’로 부르며 으르렁거린다. “저녁 한 번 먹지?” “백만 년 후에” “어이구, 그렇게 빨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 처치가 일을 의뢰하기 위해 용병 리더 두 사람을 부른 자리. 의뢰를 거절하고 바쁘게 떠나는 트렌치를 처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바니가 한마디 건넨다. “대통령에 출마한대.”
눈치 챘겠지만, 바니는 실베스터 스탤론, 트렌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처치는 브루스 윌리스다. 람보와 터미네이터, ‘다이하드’의 존 매클레인 형사가 한자리에 모인, 이 짧은, 3분짜리 장면은 ‘익스펜더블’의 목표를 함축한다. 바로 향수(鄕愁)를 자극하는 것이다.
‘익스펜더블’은 ‘람보’ 시리즈에서 익히 보았던 남성 버디 액션과 백인 남성 영웅담이다. 물론 액션 규모는 커졌고, 속도 역시 빠르다. 그러나 전형적인 이야기, 새롭지 않은 액션, 설득력 없는 감정 연기 등 적지 않은 단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스펜더블’은 놓치기 아깝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며 누군가에겐 액션 영웅, 누군가에겐 스포츠 영웅이었던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반가운 얼굴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 100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더 레슬러’로 부활한 미키 루크, ‘유니버설 솔저’의 돌프 룬드그렌, ‘폭주기관차’의 에릭 로버츠 등 왕년 스타에서부터 ‘황비홍’의 리렌제(李連杰),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최근 주가가 껑충 뛴 신세대 제이슨 스타뎀, 여기에 종합격투기 UFC 헤비급 챔피언 출신 랜디 커투어, 프로레슬링 WWE 전 챔피언 스티븐 오스틴, 프로풋볼 NFL 출신 테리 크루즈 등 스포츠 스타도 가세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액션도 각각의 스타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시퀀스를 곳곳에 배치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스탤론이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영락없는 람보다. 육탄전의 대가로 등장하는 리렌제의 무술도 그간 홍콩영화에서 봐왔던 그대로다. 제이슨 스타뎀이 마을의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트럭 추격전은 딱 ‘트랜스포터’다. 스탤론과 스티븐 오스틴의 마지막 대결신은 ‘록키3’에서 헐크 호건이 스탤론이 백드롭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것 하나. 스타뎀이 비행기 기수에 묶여 100피트 상공을 날아다니며 선보이는 스턴트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마초맨들이 등장하는 만큼 액션은 화끈하다. “일대일 액션, 인간을 상대로 하는 액션, 단순한 액션”이 스탤론이 밝힌 ‘익스펜더블’의 스타일. 와이어에 의존하거나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칠하지 않는 액션. 그게 ‘형님들의 액션’이란 거다.
짜임새는 거칠고 황당한 액션도 있지만 ‘람보’ ‘록키’ ‘코만도’ 등 추억을 호기롭게 돌아보는 영화다. 제목 ‘익스펜더블’은 소모품이란 뜻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우리가 소모품‘이었나 하고 되묻는 듯하다.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한 그들은 소모품일 순 없다. 80년대, 90년대 할리우드나 홍콩 액션 스타들을 추억하는 이들에겐 더욱 그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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