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스개소리로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말들이 이제는 보편화되어 자기만을 가꾸고 치장하는 데 목숨(?)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해야만 내가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에 ´배려´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행복을 꿈꾸는 현대인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이 아닐지 모른다.
▲ 진창구 한밭도서관 자료운영과 사서 |
사실 ‘배려’는 겉으로 보기에 손해 보는 장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는 양보나 자발적 희생, 배려와 같은 이타적 행동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카네기와 같은 대부호들도 거대한 부를 쌓았을 때보다는 그 부를 좋은 일을 위해 베푸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배려’는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가식적이거나 당장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다면, 그 순간부터 자기소멸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배려는 진정한 마음, 가식 없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할 때 빛을 발하며 이로써 상대방은 나에게 깊은 신뢰를 보이고 나와 함께 인생을 가꾸어 나가려 할 것이다.
아무튼 배려하는 기술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을 더욱 세련되고 고상하게 다듬어준다. 왜냐하면, 배려의 기술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려는 마치 신앙심을 쌓아가는 것과도 같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습관화하고, 이를 차곡차곡 마음의 창고에 쌓아둘 때 완숙해질 것이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요즈음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를 한 가지씩 실천에 옮긴다면 조금 더 따뜻한(?)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책속의 부분을 옮겨본다.
안동 하회마을, 따뜻하게 챙겨 입었는데도 새벽의 한기 앞에 옷의 방어선은 맥없이 무너져버렸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왔다는 반원들에게 따끈한 차나 한잔 하자며 자판기 앞으로 몸을 돌렸다. 초면인 분이 커피를 뽑고 계셨다. 책 위에 몇 잔의 차를 받쳐 들고 있던 분이, 500원 동전을 자판기에 다시 집어넣는다.
커피를 더 뽑으시나 보다 했는데 싱긋 웃음을 던지며 “이걸로 빼서 드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신다. 달랑 내 식구 것만 챙겨들고 있던 손이 부끄러워진다. 초면인 분의 느닷없는 배려 앞에서 처음 느낀 건 감사보다 당황함이 더 컸다. 낯선 얼굴이지만 같은 수필 회원이니 차 한 잔 권하는 거야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동전을 넣어주는 배려는 처음 접하는 일이었다.
익숙한 얼굴들에게 차를 뽑아 돌리고는 가방을 뒤져, 있는 대로 동전을 자판기에 넣어두었다. 다음 사람도 내가 받았던 감사를 전달받았을 것이고, 그도 역시나 주머니를 뒤져 더 많은 동전을 자판기에 넣어둘 것이다. 큰 횡재를 한 듯 기분이 좋아졌다. 500원의 배려는 낯선 얼굴을 향하여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며 큰사랑의 나눔,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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