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영 SK텔레콤 중부마케팅본부장 |
믿음(信)을 바탕으로 4대문의 열림과 닫음을 관장한다는 의미에서 보신각(普信閣)을 짓고 종을 타종함으로써 유교 사상의 확산을 기원했다고 한다. 참고로 4대문의 이름중 흥인지문의 경우만 갈 지(之)가 들어가서 4자가 되었는데, 이는 동해에 자주 출몰하던 왜구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고자 산맥의 모양을 닮은 지(之)를 첨자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철학적이면서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문화재들이 그동안 동대문, 남대문 등의 별칭으로 불려왔으나 지난 4월 문화재청이 현판 이름대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5가지 덕목 중에서 으뜸으로 놓였던 믿을 신(信)의 제자 원리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人)이 하는 말(言)에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회의문자다.
요즈음 사람들의 편의도구 수준을 넘어 필수품이 되어버린 인터넷통신(信), 이동통신(信), 데이터통신(信) 등에 포함된 동일한 글자의 존재의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겠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QoS: Quality of Service)과 고객 만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차원의 믿음으로 이해될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통신을 이용하면서 상대방 혹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IT 최강국의 하나다. PC,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전화 보급률은 물론 통신망의 진화 속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새로운 기술 혹은 첨단 기기의 수용 속도 또한 최상위급이다. 그런데 통신을 이용하는 문화의 수준 또한 이에 걸맞는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성의 배후에서 확대재생산되는 저급하고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으로 치장된 악플은 차라리 치기 어린 악동들의 장난 수준에 불과하다. 특정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과 개인 신상 공개, 근거 없는 비방 등 범죄 수준에 다다른 인터넷 폭력에 비한다면 말이다.
인터넷 사용시의 예절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네티켓(Network+Etiquette)이라면, 이동전화(휴대폰)의 예절을 의미하는 것은 모티켓(Mobile+Etiquette) 혹은 셀리켓(Cellphone+Etiquette)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6월에 휴대폰 가입자가 총 국민수를 넘어서 1인 2폰 시대에 들어서 있다. 열풍이라 평가되는 스마트폰 및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1인 2폰 가입자는 훨씬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을 증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의 사용 문화 또한 개선할 부분이 많다. 갑작스레 울리는 커다란 벨소리,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자기집 안방처럼 큰 소리로 오래 통화하는 사람, 회의 중에 계속 문자를 주고 받으며 집중하지 않은 상황 등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불편한 자화상이다.
문화의 특성은 공유되고 학습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질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방향 또한 가능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하기에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용이할 수도 있다. 에티켓은 건강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지켜질 때 문화는 순방향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게 된다. 유교의 5덕 중에서 믿음(信)의 덕목이 으뜸이듯이, 잘 벼려진 양 날의 칼과 같은 첨단 IT의 혜택을 오롯이 향유하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믿음의 확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