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이야기]대전 일제강점기 건축물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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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이야기]대전 일제강점기 건축물 고스란히

대흥동 옛 道 관사촌 등 곳곳 남아 최근 문화예술 공간 활용 움직임

  • 승인 2010-08-17 14:17
  • 신문게재 2010-08-18 11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대전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1904년에 개통되면서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며 성장한 근대 신흥 계획도시다.

▲ 일제강점기 대전의 일본인 거주 분포도
▲ 일제강점기 대전의 일본인 거주 분포도
철도가 놓이면서 넓은 들로 이루어져 '한밭'이라 불렸던, 작은 촌에 불과했던 대전은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대전면(1914년)→대전읍(1931년)→대전부(1935년)'로 확대되었고 관공서, 학교, 금융기관, 군부대 등이 새로이 설립되거나 이전해오면서 과거 '한밭'의 모습은 사라지고 근대도시로의 완전한 변모를 가져오게 되었다.

특히 1904년에 일본인 100여명이 대전역 인근에 거주하게 되면서 일본식 가옥이라든지 점포, 은행 등의 건축물들이 들어서게 되고 이후 일본인들은 급증하게 된다.

조선총독부의 자료를 보면 1926년 이전까지는 대전에 살고 있는 일본인의 수가 한국인보다 더 많았던 것을 알 수 있는데, 1910년에 한국인은 1740명인 반면 일본인의 수는 2479명으로 일본인이 한국인에 비해 700명 이상 많이 거주했으며, 1925년에는 한국인이 3770명, 일본인이 5091명으로 1910년에 비해 두 배 가량의 일본인이 대전에 살게 된다. 그러나 1926년에는 한국인이 9487명, 일본인이 5833명으로 한국인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1943년에는 한국인 6만4610명, 일본인 1만1054명이 거주하게 된다.

처음 대전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은 경부선 철도를 놓기 위해 일했던 기술자나 노동자들이었으나 점차 대전이 개발될 것을 기대했던 일본인들이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대전으로 이주했으며, 1915년 호남선의 개통과 더불어 더욱 더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일본인들이 유입되었다. 일본인들은 처음에는 대전역 주변의 정동, 중동, 원동 등지에 일본식 주택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했으나, 1932년에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개발된 선화동, 용두동, 은행동 등지까지 주거지역을 넓히게 된다.

이렇게 대전이라는 도시는 철도의 개통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이주해 살게 되면서 도시가 계획되고 발달했던 것을 볼 수 있는데, 대전의 원도심 지역에 살았던 일본인 주거의 흔적들은 해방과 더불어 도심지의 확장과 개발로 인해 대부분 사라졌으나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몇몇 주거 건축물들이 있다.

▲ 선화동 옛 사범부속학교 교장사택
▲ 선화동 옛 사범부속학교 교장사택
그 중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건물로 대흥동 충남도 관사촌(101호), 선화동 옛 사범부속학교 교장사택(169호), 대흥동 뾰족집(377호) 등이 있는데 이러한 문화재 이외에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어떻게 보존하느냐와 더불어 어떠한 용도로 활용할 것인가가 더욱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주거건축 등록문화재들을 전시관이나 미술관 또는 지역 미술 작가들의 창작센터와 같은 문화예술 관련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2년 이전예정인 충남도청사의 활용방안과 연계한다면 대전이라는 근대도시의 문화예술 콘텐츠로서 활용가치가 높고 그 시너지 효과 또한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침체되어 있는 원도심의 활성화 노력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며칠 전 우리는 제65주년 광복절을 맞이했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들은 일제잔재를 없애야 한다는 미명 아래 철거되어 왔으며, 최근에도 인동 벧엘원에 남아있던 일본인 주택이 철거되는 등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부끄럽고 치욕적이라 할지라도 일제강점기도 우리의 역사이므로 대전이라는 도시의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주는 건축물들을 잘 보존해 우리의 후손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산교육의 장소로 남겨주어야 되지 않을까. /이희준 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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