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백향기 작가의 거의 모든 그림에는 꽃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 무더기, 종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붉고 노랗고 흰 꽃 무더기가 화면의 한쪽에, 혹은 중앙에, 혹은 화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백 작가는 자연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들의 마음의 이미지인 '심상'을 화폭에 재구성해 형상화했다. 또 자연의 이미지를 미리 정해 놓고 그 뒤에 형체를 다시 파괴함으로써 파편화된 빛을 표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화면에 포착된 우연적이고 계획적인 조형 요소들을 스스럼없이 반복하면서 보기에 따라 느낌에 따라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꽃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새나 나무 등 모든 자연물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혼합된 재료에 물감을 흘리거나 부어서 만든 드리핑 기법으로 평면 회화에서 다양한 질감과 유동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백 작가는 “들꽃을 주제로 표현했던 지난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마음의 이미지인 심상을 표현했다”며 “관람객 각자의 시선을 통해 그림이 사람, 동물, 새, 나무 등으로 보여 감상하는 이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