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상대로 감언이설로 속인 뒤 접수비 등을 가로채는 수법이 동원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대전에 사는 A씨(78)는 지난해 동네 주민으로부터 솔깃한 소문을 들었다. 본인 또는 가족 가운데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한 사람이 있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소송에서 이겨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5000만 원~1억 원을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 같은 일을 해준다는 대전 모 식당을 찾아가 징용을 증빙 서류와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 통장 사본 등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때 접수비 명목으로 14만 원 외에 수수료 명목으로 3만 원도 함께 냈다. 하지만 서류와 돈을 내고 1년여가 지난 현재 A씨는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이를 받아준다며 호언장담했던 사람들과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
A씨는 “돈과 서류를 낸 것이 지난해 2~3월께로 기억하는 데 (돈을 받아간 쪽에서) 아직 보상금과 관련한 책임 있는 연락이 없다”며 “나와 비슷하게 서류와 돈을 낸 사람만 수백여 명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본보가 A씨 사례를 대전시 등 관련 기관에 문의해 본 결과 이같은 행위는 명백한 사기행위로 드러났다.
대전시에 따르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진상 규명특별법과 태평양 전쟁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현재는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사실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법으로 통합)에 따라 강제노역이 인정될 경우 최고 2000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 접수는 시ㆍ군ㆍ구 민원실 등 지자체에서만 받고 있으며 민간이 이를 대행하지 않는다. 물론 접수비용 또는 수수료도 없다.
대전시가 2008년 9월부터 자치구를 통해 접수받은 피해사례 1408건 가운데 1086건이 정부로부터 보상금 지급결정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관계자는 “피해 접수는 행정당국에서만 하고 있고 이에 따르는 비용도 없다”며 “사기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이런 일이 있는 것 같은 데 이같은 감언이설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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