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형 충남대 의대 교수 |
현재 국내에서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후 2년의 의예과를 거쳐 4년간의 본과를 수료하는 의과대학 과정과 4년간의 기초의학관련 학문을 배우는 대학학부를 거쳐서 다시 대학원 4년간의 의학전문 지식을 배우는 의전원 과정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졸업한 후 의사고시 시험을 통과해 의사가 되며 이후 좀 더 환자진료의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면 대학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 등에 마련된 약 4~5년간의 전문의 과정을 통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남자의 경우 국방의무까지 포함돼 있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때는 빨라야 30대 중반이 된다.
이러한 의료인을 양성하는 의과대학과 의전원의 현행체제가 지난 7월 초 교육부의 '의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 발표에 의해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사 교육학제를 의과대학으로 할 것인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할 것인지를 다시 선택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의전원 학제 운영에 문제점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도입된 의전원 과정은 그 당시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인문계는 법대, 자연계는 의대로 쏠리는 지나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대학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의전원에 지원함으로써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소양을 갖춘 전인적인 의사를 양성하고 의사 문호를 좀더 넓게 개방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는 기본 6년제의 의과대학 과정에서 의전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수 정원의 증강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물질적 지원도 병행해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27개 대학에서 의과대학 정원의 전부 혹은 일부를 의전원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의전원 전환을 통한 의학교육 개편은 이공계 대학에 일부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긍정적 현상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이공계에 입학한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전공을 공부하기 보다는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생각해 의전원 입학만을 준비하는 '이공계 탈출' 혹은 파행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교육을 담당하는 이공계와 의과대학 모두에게 불만사항이 되었고 국가 장래의 먹거리 산업의 창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이공계 인재발굴과 이공계 육성에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더불어 지역의료를 책임져야 할 지방 의과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이 고향인 의전원 학생이 정원의 50%가 넘게 돼 졸업 후 이들이 진로를 고려할 때 지역의료의 유지와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염려를 갖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지난 7월에 발표된 '의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에 따라 대학이 원하는 바에 따라 이미 의전원으로 전환된 의과대학이 다시 의과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의전원으로 전환했던 많은 대학원들이 의과대학으로 다시 복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을 뒀는데 현 체제는 2016년 이후에 전환이 가능하며 의전원에서 의과대학으로 다시 전환한다해도 복귀 후 5년간은 정원의 30%에서 편입학을 허용하도록 돼있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6년 의과대학과 8년의 의전원 체제가 다양하게 혼재돼 있다. 물론 2개 과정 중 어느 하나가 좋은 지는 각 나라의 사회상황과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다. 단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자면 의과대학을 나온 한 의사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지만 이공계를 나온 우수한 인재는 미래 국가 먹거리 산업을 창출해 수백 수천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학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우수한 인재가 의료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우리나라 이공계의 발전과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훨씬 절실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의학교육 체제를 선택하든 의료계의 단편적인 시각보다는 좀 더 커다란 밑그림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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