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영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이후 최기문 청장이 임기 말 3개월 전에 퇴진 했고, 2005년 허준영 청장은 11월까지 1년 정도 재임했다. 그 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이택순 청장이 경찰조직 내부의 사퇴 압박에도 2년 임기를 마쳤고, 2008년 어청수 청장도 개각을 앞두고 사퇴했다. 올해 강희락 청장도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사퇴를 해 이택순 청장을 제외하고는 2년의 임기를 마친 경찰청장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경찰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임기제는 지켜지지 못한 채 강희락 경찰청장의 조기 사퇴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경찰청장의 임기제는 경찰조직의 안정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므로 정부의 국정 쇄신을 위해 청장이 사퇴를 했다면 그 근본 취지가 훼손되었다고 할 것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역대 경찰청장 중 가장 존경받는 청장으로 이무영 전 청장(49.9%)과 허준영(43.0%) 전 청장을 뽑고 있다. 경찰청장으로 내정되었던 김석기 서울청장도 조직 내부에서 신망을 얻었던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고 부하 직원들의 복지와 사기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한 농민사태와 용산참사로 사퇴했다는 점이다.
책임론이란 입장에서는 사퇴가 정당화될 수 있으나 경찰조직 발전과 치안 서비스 향상이라는 면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후 이무영 전 청장은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으며 외무고시 출신인 허준영 전 청장은 한나라당에서 활동하며 코레일 사장을 지내고 있다. 일본 주재관으로 일본전문가로 통했던 김석기 전 서울청장도 미국 체류 후 최근 충북지방경찰청 강연 등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경찰 재직 시에 조직의 발전과 경찰관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헌신했던 모습에 많은 경찰관들이 공감하고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다. 지팡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의미한다. 경찰관의 사명감과 자부심이야 말로 지팡이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경찰청장의 사퇴 앞에 무너지는 경찰관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은 불안한 지팡이가 되어 국민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1년 365일 24시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업무를 수행하는 15만 경찰을 이끌고 있는 치안총수는 어떠한 조직의 수장보다 그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이 2년의 임기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치안질서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순경 채용시험 경쟁률이 50대 1을 넘어서고 2년, 3년을 경찰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경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순찰차만 봐도 눈물이 나온다는 수험 준비생의 마음처럼 경찰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명을 바친 순직 경찰관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경찰청장이 그리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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