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태 목원대 음대학장 |
초대권을 돌려도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청중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음악회에 청중을 동원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스스로 찾아와야 할 음악회장이 마지못해 끌려나온 훈련장이 되어선 곤란하다. 그래도 동원된 청중들이라도 많으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요즈음 음악회 프로그램을 보면 대중음악을 한 두곡 끼워 넣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음악회의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고 청중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논하기 이전에 시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확보하는데 좋은 처방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음악의 표현과 무대 예절 등은 클래식의 모습 그대로인 채로 대중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더 어색함만 키울 수도 있다. 연주에서 기교와 감동은 다른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기교로 연주해도 청중이 연주곡과 감성적 소통이 없고 마음의 위안을 받지 못하면 그 음악은 소외당하기 마련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관심은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 그것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파장과 충격은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학과나 전공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에서 드러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학과들은 이를 전공하려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 신입생들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원을 채우기가 어려워 이미 구조 조정을 단행하거나 심지어 관련 학과나 전공의 명칭을 아예 학생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대중화된 이름으로 바꾸는 대학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이 조정은 학생 수급의 불균형, 교육의 질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음악급의 경쟁력이 약해진 학생들을 능력 있는 인재들로 육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음악인들과 대학들이 이런 위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닥쳐올 어려움을 걱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그런 결과가 왜 생겼는지는 음악인들 스스로는 알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식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사항인 것 같다. 수백 년에 걸쳐 다져지고 다져진 견고한 전통 속에서 훈련받고 활동해 온 음악인들이 그 관습을 벗어던지고 정형화된 틀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제라도 음악인들이 변하지 않으면 클래식 음악을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실마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클래식 음악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파악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과 일반인들의 소원해진 간격을 좁혀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것이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일반인들과 나누어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