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홀로 동굴 지옥에서 살아나온 사라는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병원에 누워있다. 보안관은 상원의원의 딸 주노의 생사를 확인하겠다는 욕심으로 사라를 앞세워 구조대와 함께 동굴로 들어간다. 사라는 기억이 점차 돌아오고, 괴물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결말도 완벽했다. 동굴을 빠져나온 사라와 동굴 속에서 눈을 뜨는 사라를 번갈아 보여주는 이중결말은 빠져나왔다고 해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암시처럼 보였다. ‘디센트’의 결말은 공포의 확장을 보여주는 거의 완벽한 교과서였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속편이라니. 공포에 떨면서 사투 끝에 겨우겨우 빠져나온 사라를 그 동굴에 다시 들여보낸다고? 닐 마샬 감독은 정말 이 뜬금없는 속편을 생각이나 했을까.
‘디센트’의 편집자 출신 존 해리스가 메가폰을 쥔 ‘디센트: 파트 2’(이하 ‘디센트2’)는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아주 괜찮은 호러영화다.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동굴에 괴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될 순 있다. 하지만 ‘디센트’를 본 관객들에겐 식상한 반복연주가 그다지 달가울 린 없겠다. 최소한의 조명으로 극장을 동굴로 바꿔놓는 촬영도 그대로이고, 괴물들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편보다 더 많이 등장해 더 바쁘게 뛰어다닌다.
동굴에서 발견된 캠코더의 영상으로 전편을 빠르게 정리한 영화는 외길로 질주한다. 동굴 괴물과의 사투다. 비장의 무기를 빼어들지만 그리 탐탁지 않다.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뼈가 피부를 찢고 돌출하며, 스크린을 피칠갑하는 잔인함은 무섭다기보다 당황스럽다. 심장을 죄는 순수한 공포로 승부했던 걸작을 피칠갑 공포로 바꿔버리는 장면들은 아쉽고 짜증난다. 괴물과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사라는 ‘호러 퀸’이 아니라 같은 이름을 가진 ‘터미네이터’의 여전사에 가깝다.
전편이 보여준 말초신경의 전율부터 근원적 두려움에 이르는 다채로운 공포도 없다. 각자 트라우마를 지닌 성숙한 여성들이 들려주던 인간적인 이야기도 없다.
‘디센트’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권할 만하다. 짜임새도 괜찮고 완성도도 높다. 이 피 튀기는 서바이벌 게임은 무더위를 날릴 즐길 거리론 전편보다 낫다. 거대한 동굴로 둔갑한 극장에 앉아서 불특정 다수의 타인과 관람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영화적 쾌락은 전편과 그대로다. ‘디센트’를 이미 보았다면, 동굴 속 괴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동굴의 기원이 궁금한 사람에게만 권한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전편의 아우라를 훼손하는 나쁜 속편은 안 보는 게 낫다. 게다가 3편이 또 나올 거라고 예고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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