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요원 수현은 약혼녀 주연이 잔혹하게 살해되자 범인을 추적한다. 전직 형사였던 주연의 아버지로부터 경찰 내부 정보를 전해 받은 그는 용의자를 추적해 범인 경철을 찾아낸다. 수현을 경철에게 죽을 만큼의 고통을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응징하는데.
최민식은 광기어린 눈빛과 위협적인 표정으로 악마성을 소름 돋게 드러낸다. 그가 연기하는 경철은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기타를 연주하는 사이코패스. “팔 머리 다리 순으로 자르면 돼. 금방 끝나”라고 말하는 대목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북받친 감정과 분노의 표정으로 광기를 쏟아내는 그는 피가 뚝뚝 흐르는 둔중한 둔기 같다.
이병헌은 날카로운 송곳 같다. 국가정보원 요원이라는 극중 인물답게 날렵하게 펼치는 액션 연기가 그런 느낌을 더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주체할 수 없는 복수심의 양면을 드러내는 슬픈 악마다. 이병헌의 젖은 눈은 압권이다.
김지운 감독은 두 사람에게 그저 맡기고 둘의 연기를 즐기는 듯하다. 화면은 시종 광기를 드러내는 두 사람의 클로즈업이다. 최민식의 눈빛과 동작 하나. 이병헌의 표정과 행동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감정선은 이병헌이 맡은 수현을 따라가되, 전체적인 동선을 예측불허, 막무가내의 경철에 맞춘 연출은 어둡고 무겁고 섬뜩하다.
‘악마를 보았다’는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 하나는 악마처럼 잔인하고 잔혹한 타인을 보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 본성에 숨겨놓았던 악마성, 즉 나 자신을 보았다는 의미다. 영화는 둘 모두를 보여주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서사는 단순하다. 경철에게 약혼자를 잃은 수현의 복수담이다. 수현은 경철을 단박에 죽여 복수하지 않고, 팔을 부러뜨리고 볼에 송곳을 꽂는 등 죽을 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준다. 치료비를 남겨놓는 친절까지 베푼다.
이런 수현을 경철의 친구, 또 다른 살인마는 “걔 우리랑 같은 과(악마)네”라고 말하고, 형사반장은 살해된 수현의 약혼자의 아버지에게 수현의 행동을 말리라며 “사람이 짐승 상대하자고 짐승되면 되겠수”하고 말한다. 사람의 본성에 깃든 악마성을 감독은 몇몇 대사로 뾰족하게 전하는 것이다. 그리곤 천사였던 수현이 악마보다 더 악마가 돼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악마성, 그 추악함을 배설해낸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 차례나 받았을 만큼 잔인함과 악마성에 있어 그 수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최민식의 살인과정은 자세한 묘사와 함께 표현돼 일부 관객에겐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낸 감독이 진짜 악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놓치긴 아쉽다. 올해 나온 최고의 스릴러이며, 올해 나온 최고의 공포영화이니까.
최민식과 이병헌, 용광로처럼 뜨거운 두 배우의 충돌은 롤러코스터를 정점에 올려놓고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탈진하기 십상이다. 같은 네티즌 사이에선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잔혹한 장면이 많아 불쾌했다. 제한상영가가 맞다”는 쪽, 한쪽은 “제대로 된 한국판 하드보일드 영화가 탄생했다”는 의견이다. 당신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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