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무례한 지역 유통업체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상윤]무례한 지역 유통업체들

[중도춘추]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승인 2010-08-12 14:37
  • 신문게재 2010-08-13 20면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보도된 지역 내 대형 유통회사들의 사회적 공헌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의식을 보면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 지역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서 연간 수백억 원의 이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지난 분기 동안의 사회 환원 투자액이 고작 100만원도 되지 않는 유통업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자유로운 영업행위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체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인식은 지역을 무시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무례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자유로운 상행위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철학이라고는 하지만 그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또한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공헌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업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에서 퇴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제는 소비자의식 수준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지 무조건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천민자본주의 의식 수준으로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 활동의 최종 목표가 오직 수익에 있다는 고전적인 경제논리가 종언을 고한지도 오래되었고, 그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상의 발달은 기업들이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할 자원들을 너무 많이 동원해 사적 이익을 충족시키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업 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는 평가와 비판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대 금융기관들은 월급쟁이나 중소상공인 등 약자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해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렇지만 은행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은행 때문에 행복한 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수수료나 이자를 많이 물어 고통을 받든지 말든지 자신들은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심지어 IMF 구제금융 위기 시 엄청난 국민 세금으로 생환한 금융기관들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부분의 시니어 직원들은 억대가 넘는 연봉으로 사회적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규제하는 법률을 만들 정도다. 이것은 자원 배분과 행복감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치로서 당연한 권한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에서 영업행위를 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돈을 버는 데만 너무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각종 재고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 대신 어려운 이웃이나 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해서 획기적으로 선한 일을 한다는 뉴스는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그들이 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지역 주민들에게 끼치는 불편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과다 입점으로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졸지에 몰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에게까지 미치는 교통체증 유발문제 등과 같은 불편은 분명히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들이다.

특이한 점은, 지역에 입점해 있는 외국계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공헌기부금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걸로 봐서도 외국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기업이 사회적 공기(公器)에 준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존중받는 이유는 뛰어난 경영기술력 탓도 있지만 선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지역 및 소비자와 함께'라는 의식 속에서 운영된다. 반면, 우리 지역의 거대 유통회사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무례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