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또한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공헌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업윤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진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에서 퇴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제는 소비자의식 수준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지 무조건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천민자본주의 의식 수준으로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 활동의 최종 목표가 오직 수익에 있다는 고전적인 경제논리가 종언을 고한지도 오래되었고, 그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상의 발달은 기업들이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할 자원들을 너무 많이 동원해 사적 이익을 충족시키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기업 외 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는 평가와 비판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대 금융기관들은 월급쟁이나 중소상공인 등 약자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해서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렇지만 은행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은행 때문에 행복한 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이 수수료나 이자를 많이 물어 고통을 받든지 말든지 자신들은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심지어 IMF 구제금융 위기 시 엄청난 국민 세금으로 생환한 금융기관들마저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부분의 시니어 직원들은 억대가 넘는 연봉으로 사회적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비도덕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규제하는 법률을 만들 정도다. 이것은 자원 배분과 행복감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치로서 당연한 권한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에서 영업행위를 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돈을 버는 데만 너무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각종 재고물품을 처분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 대신 어려운 이웃이나 지역의 환경개선을 위해서 획기적으로 선한 일을 한다는 뉴스는 별로 접해본 적이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은 그들이 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지역 주민들에게 끼치는 불편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과다 입점으로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졸지에 몰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에게까지 미치는 교통체증 유발문제 등과 같은 불편은 분명히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들이다.
특이한 점은, 지역에 입점해 있는 외국계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공헌기부금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걸로 봐서도 외국계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기업이 사회적 공기(公器)에 준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존중받는 이유는 뛰어난 경영기술력 탓도 있지만 선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지역 및 소비자와 함께'라는 의식 속에서 운영된다. 반면, 우리 지역의 거대 유통회사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무례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