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물려받은 대전지역 2세경영자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이다. 물론 이때 말조심을 해야 한다. 창업이 어렵다고 하면 자칫 무능하고 패기 없으며, 놀기 좋아하는 귀공자란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선뜻 수성이 어렵다고 답하면 “부모 잘 만나 사장된 것이 뭐 그리 잘난 척 하느냐”는 비난과 마주해야 한다.
▲ 방기봉 한국특수메탈 대표이사 |
2세 경영인들은 창업자를 배우고 따라가야 할 모범으로, 경쟁자로, 때로는 비교와 질시의 대상으로 함께 살아간다. 거부하거나 부정할 수도 없다. 기업을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나 학자들은 창업과 수성을 구분하기 이전에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를 더 고민한다. 30년 이상을 이어가는 기업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을 보면 연구는 더 많이 수행돼야 할 것 같다.
선배 기업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경영이 어렵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기업경영이 어려운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 기업을 둘러싼 지곡(地穀)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부적 요인을 살펴보자.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산업의 중심이 정보와 통신,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의 지리적, 공간적 개념이 없어졌다. 모바일이 바로 시장이 된다. 손 안에서 뭐든 구매와 판매가 가능한 세상이다 보니 조그마한 실수와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다. 내부적 상황도 만만하지 않다.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
둘째, 사업변신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서다. 영원히 잘 나가는 기업은 이 세상에 없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잘나가던 상품과 기업도 정점에 이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도요타가 위기를 맞고 있고, 소니 역시 한때 부도를 걱정해야 했다. 단일 사업을 하는 기업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관련·비관련부문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위험을 분산시키고,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며, 내부시장을 활용해 복합적인 이득을 누리기 위해서다.
과거에 성공했던 사실을 떠올리고, 안주하며 변화를 피하려다 보면 생존이 어렵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다각화를 시도하다보면 자금흐름을 악화시키고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경영자원의 한도를 벗어난 투자는 위험한 국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셋째는 경영자 승계와 관련한 사안이다. 기업이 젊음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승부를 걸려면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과 변화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최고 경영자가 갖춰야 할 요소로 선견력, 정보력, 판단력, 결단력, 행동력, 체력 등을 꼽는다. 필자는 이런 덕목을 갖추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을 경영해 가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잘 나가던 배도 선장이 바뀌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바다보다 더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기업들이 후계자를 잘못 정해 난관에 봉착한 예가 한 둘이 아니다. 승계를 잘 하지 못하면 기업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어린 시절 들어보았던 굴지의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초창기는 물론 기업의 경영이 안정되었다는 4~5대에서도 사업승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업의 명맥마저도 위협을 받는다. 세계 최고의 악기메이커였던 야마하는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던 오너가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려다 무리수를 두게 됐고, 결국 오너일가는 경영권을 모두 잃게 된다. 이 밖에도 기업인들은 무수히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럼 왜 안 접어”라고 많은 사람은 묻는다. 한 마디로 대답하긴 어렵겠지만, '업보'라는 것도 기업경영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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