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돌이켜볼 때, 교육기관이 방학을 시작하면 수평적 교육기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게 된다. 가정의 상황을 보면, 여름방학이면 가족들과 함께 여름 바다 한번 휘돌아 오거나, 겨울방학이면 스키장 한번 갔다 오는 것으로 어른들 휴간기간이 끝나 버리면 긴 방학 내내 아이들은 딱히 갈 곳 없는 현실 속에 내동댕이쳐지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인근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는 운 좋은 어린이들은 500원에서 1000원만으로도 온종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볼거리, 들을 거리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혜택이라도 누릴 수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교육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운영은 미술관의 주요기능 중 하나다.
현재 대전이응노미술관에서도 일 년에 세 차례, 봄 여름 가을, 총 12회, 30명씩 도합 360명이라는 어린이들에게 무료 실기프로그램을 계획해 진행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에서도 방학기간이면 어김없이 체험위주의 어린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민서비스차원에서 시민들의 질 높은 문화예술 향유의 권리와 그 욕구충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특히 방학이면 어린이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관에서 운영되는 교육프로그램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관 조직에서 배정된 제한된 예산문제와 경직된 운영체계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특정기간에만 운영된다거나 단발성 혹은 이벤트성 내용의 프로그램으로 끝나버리는 강좌이기 십상이다. 사회의 변화와 지역의 특수성을 염두에 둔 다문화 가정이나 원거리 지역의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던가, 학교 또는 유치원과 연계된 체계적이고 심화된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서부터 미술문화공간에 대한 경험 속에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그림의 떡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례적인 프로그램을 지양하고자 다양한 시도 끝에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그동안 행해온 강좌와는 차별화된 어린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타이틀은 '부모와 함께 이응노 따라하기'이다.
물론 2007년 이후 줄곧 이응노미술관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쉼 없이 마련해 왔지만 언제나 대상은 어린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체험프로그램인 것이다. 경제적 사회의 강제성에 떼밀리듯이 맞벌이 가정형태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서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방학만이라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작업을 완성해가는 체험의 시간을 통해 완성해 가는 것은 결코 형태로 드러나는 작품만은 아닐 것이다. 체험의 과정에서 배우는, 그리고 보이지 않게 완성되어 가는,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이라는 작품은 미술관이 마련한 가장 아름다운 방학 선물이 될 것이다. /공광식 이응노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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