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야기]낭만 음악과 낭만적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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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야기]낭만 음악과 낭만적 음악

  • 승인 2010-08-10 14:16
  • 신문게재 2010-08-11 10면
  •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
우리는 흔히 저 사람은 낭만적이야, 혹은 이 남자는 왜 낭만적이지 못할까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음악에서도 이 음악은 낭만적인데, 저 음악은 낭만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음악에서도 낭만적인 음악과 낭만적이지 않은 음악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음악은 기본적으로 낭만적이다. 음악이 낭만적이면 다른 예술도 모두 낭만적인가?

낭만적이란 말은 로맨틱(romantic)이란 단어를 번역한 것으로, 중세 시대 아서 왕이나 샤를마뉴 왕과 같이 영웅적이고 전설적인 이야기 로망스(romance)에서 유래했다. 용어 자체의 느낌이 풍기듯이, 로망스는 현실의 실제 이야기와는 다른 먼 상상의 이상적 세계를 의미한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 속에서 머나먼 세계를 동경하는 이야기, 어떤 한계를 갖고 있지 않은 무한한 세계,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 그러한 대상을 그린 것이 바로 낭만의 본질이다.

18세기를 고전음악, 19세기를 낭만 음악이라고 할 때의 낭만은 시대가 가진 가치나 음악양식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별한다고 했다. 즉 균형과 형식이 중요한 고전시기와 달리 19세기 음악은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는 내용과 작곡가의 주관과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음악이 전개되었다.

음악가들은 자신의 작품 속에 무한한 과거의 세계, 신화나 꿈과 같은 환상과 이국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을 담음으로써 음악에서의 낭만주의를 실현했다.

구체적으로 성악에서는 피아노 음악과 당대 최고 시인의 서정시를 통해 주옥같은 독일 예술가곡을 탄생시켰다. 일명 독일 낭만 가곡으로 일컫는 리트(Lied)는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볼프의 손을 거쳐 선율, 화성, 반주가 시의 의미와 형식에 꼭 들어맞게 만들어졌다. 스스로 음악으로 시를 쓴다고 생각했고 음악이 시의 본질을 표현해야 한다고 본 슈만은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을 통해 하이네의 낭만시를 음악으로 그렸다. 대조적으로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가사가 없는 피아노 음악인데, 작곡가는 말보다도 오히려 음악이 훨씬 더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자신의 신념을 훌륭히 입증해 보였다.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은 연습곡, 전주곡, 왈츠, 폴로네즈, 발라드, 야상곡 등 피아노라는 악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실험하며 자유롭게 낭만적 정신을 피아노에 담아 펼쳤다. 그의 음악이 지닌 우아함과 비르투오조적인 테크닉, 서정적인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 속에 쇼팽을 낭만 시기의 대표적 작곡가로 인식시켰다.

리스트는 '헝가리 광시곡'으로 집시 음악에 기초한 이국적이면서 환상적인 음악을 창작했고,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안해 교향곡으로 시를 썼다. 베를리오즈는 첫눈에 반한 연극배우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꿈 속에서의 환상과 엮은 '환상 교향곡'으로 화려하고 극적인 새로운 관현악 음악 시대를 열었다.

한편 19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작곡가였던 바그너는 저 머나먼 게르만의 북구 전설에 기초한 '니벨룽의 반지'라는 네 개의 음악극(music drama) 연작으로 거대한 낭만의 세계를 창조했고,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자신이 만든 특유의 화성으로 중심이 없는 상상의 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제 작곡가들은 주문에 의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장인의 위치에서 하늘이 내린 천재로 격상됐고, 천재들이 만든 다양한 낭만 시기 음악은 우리에게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예술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가사가 없는 기악 음악은 그 속성상 손에 잡히지 않는 무한한 동경의 세계, 꿈의 세계와 본질적으로 가장 잘 부합하는 예술이 될 수밖에 없다.

음악은 사실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표현하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끝없이 움직이는 음들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낭만의 본질이자 음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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