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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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단단해진다

<도서관 사서들의 맛있는 책 읽기> ■ 좋은 이별

  • 승인 2010-08-10 14:03
  • 신문게재 2010-08-11 12면
  •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살면서 이별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이별이든 마음속에 후회와 아픔을 남겨주기 마련이다. 힘들고 피하고 싶은 ‘이별’이라는 단어에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을까?

<좋은 이별>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도심리 에세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신분석과 심리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소설과 심리에세이를 썼던 작가는 이번엔 이별과 애도심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 이현경 한밭도서관 사서
책은 전부 4개의 장으로 나뉜다. 첫 번째 장은 애도의 개념에 대해, 두 번째 장은 이별 후에도 여전히 상대에게 열정이 남아있는 단계, 세 번째 장은 되돌아온 열정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단계, 네 번째 장은 열정을 치유와 변화를 위해 사용하는 단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안내문이 달려 있다. 그 외에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례와 문학작품들을 소개해 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상실'과 '애도'이다. 마음의 병은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뒤에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다고 한다. 물론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돈이나 명예, 건강, 직장 같은 추상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이사, 전학, 환경의 파괴 같은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어떤 이별이든 우리가 경험하는 상실의 감정은 대체로 비슷하고, 그 상실에 대해 적절하게 슬퍼하는 것이 애도 작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느끼는 어려움은 주로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상실과 그 상실에 적응한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상실은 다시 박탈과 결핍으로 구분되는데, 박탈은 사랑하는 대상을 빼앗긴 상태, 결핍은 사랑의 대상은 존재하지만 보살핌이 부족하거나 왜곡되게 전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요즘은 결핍에 대해서도 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하게 제안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심리학자는 애도를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5단계로 나누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애도 반응은 다를 수 있어서 유년시절에 애도하지 못한 이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깊이, 더 오래 슬퍼하게 된다고 한다. 이별을 하면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일시에 솟아나는데 사랑할 때와는 다르게 어둡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이별보다 이별 후에 쏟아져 나오는 감정들의 홍수가 두려워 피하고 싶어 하는가 보다. 이별의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변화된다. 처음 이별통보를 접하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소식을 부정하고 싶게 된다. 그러다 상대에게 분노하고 화를 내게 되고, 분노할 수 없는 아이들은 대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후 머리 속에 들어왔던 슬픔이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오면서 애도의 대상을 그리워하고, 미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 후에 되돌려 받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애도작업이 잘 이루어지면 창조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고, 충분히 슬퍼해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도작업의 마지막 단계는 떠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용서를 하게 되면 마음의 고통도 사라지고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서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김형경씨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이토록 아픈 것은 잘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라고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이별에 대해 좋은 처방전이 되어주는 책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꽃피는 고래'라는 소설이 있다.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인데, 소설과 에세이라는 장르는 다르지만 함께 읽으면 상실과 애도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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