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없고 획일화 된 우리의 슬픈 자화상

  • 문화
  • 공연/전시

개성없고 획일화 된 우리의 슬픈 자화상

강재구 ‘민주의 초상’ 展

  • 승인 2010-08-10 14:02
  • 신문게재 2010-08-11 11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사람들은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종종 말한다. 소나 돼지가 영장을 받고 훈련소에 입대할 리는 없을뿐더러 군대는 원래 사람이 가는 것인데 말이다.

바꿔 생각하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란 말로 들린다. 결과적으로 군대를 다녀오든 말든 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앞뒤로 머리 빡빡 깎아 놓고 빨아도 빨아도 칙칙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 개구리 전투복을 입혀 놓으면 그놈이 그놈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많이 배웠건 못 배웠건 서울에 살건 제주도에 살건 그저 ‘병(兵)’이다. 군대라는 조직의 입맛에 맞춰 개인을 포기하고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느냐가 ‘사람다운가’의 척도이고 그래야 제대로 된 ‘병’이 된다.

개성만점의 병사는 군대라는 조직에 득이 될게 없는 존재로 바로 독이 된다.

확일화 된 몰개성의 피동적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그 성원을 파악하고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무미건조하고 잔인한 초상 사진….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가진 강재구 사진작가의 ‘민중의 초상’ 展 이 다음 달 10일까지 대전 갤러리 누다에서 열린다.

강재구의 ‘민주의 초상’을 보면 차곡차곡 쌓여가는 초상 사진과 군대라는 조직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꽤 닮은 구석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는 샤방샤방한 ‘개인’이 아닌 어벙어벙한 ‘조직원’이 되어 버린 그 안쓰러운 모습과 일상을 렌즈로 잡아냈다.

그의 ‘작품’과 군대조직이 만들어내는 ‘사람’은 모두 거대 조직의 쓴맛을 들이키고 같은 처지에 내몰렸음을 나타낸다. 특히 몸뚱이만 남겨 놓은 채 성근 네모로 잘려 나간 사병의 초상사진은 인상적이다.

이 사진은 작가가 사진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시간과 필름 값을 아끼기 위해 한꺼번에 촬영한 사병들의 증명사진이다.

얼굴만 도려낸 사진은 자존과 정체성을 도난당한채 개인이 아닌 거대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강요받는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또 혼이 빠진 채 세상에 몸뚱이만을 던져놓곤 비비적거리며 같은 모습으로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