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생각하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란 말로 들린다. 결과적으로 군대를 다녀오든 말든 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앞뒤로 머리 빡빡 깎아 놓고 빨아도 빨아도 칙칙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 개구리 전투복을 입혀 놓으면 그놈이 그놈이다.
개성만점의 병사는 군대라는 조직에 득이 될게 없는 존재로 바로 독이 된다.
확일화 된 몰개성의 피동적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그 성원을 파악하고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무미건조하고 잔인한 초상 사진….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복무했던 경험을 가진 강재구 사진작가의 ‘민중의 초상’ 展 이 다음 달 10일까지 대전 갤러리 누다에서 열린다.
강재구의 ‘민주의 초상’을 보면 차곡차곡 쌓여가는 초상 사진과 군대라는 조직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꽤 닮은 구석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는 샤방샤방한 ‘개인’이 아닌 어벙어벙한 ‘조직원’이 되어 버린 그 안쓰러운 모습과 일상을 렌즈로 잡아냈다.
그의 ‘작품’과 군대조직이 만들어내는 ‘사람’은 모두 거대 조직의 쓴맛을 들이키고 같은 처지에 내몰렸음을 나타낸다. 특히 몸뚱이만 남겨 놓은 채 성근 네모로 잘려 나간 사병의 초상사진은 인상적이다.
이 사진은 작가가 사진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시간과 필름 값을 아끼기 위해 한꺼번에 촬영한 사병들의 증명사진이다.
얼굴만 도려낸 사진은 자존과 정체성을 도난당한채 개인이 아닌 거대 국민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강요받는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또 혼이 빠진 채 세상에 몸뚱이만을 던져놓곤 비비적거리며 같은 모습으로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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