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교]지자체의 건강한 문화정책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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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교]지자체의 건강한 문화정책을 바라며

[문화초대석]박동교 한국미술협회대전지회장, 한남대 교수

  • 승인 2010-08-08 13:23
  • 신문게재 2010-08-09 20면
  • 박동교 한국미술협회대전지회장박동교 한국미술협회대전지회장
요즈음 빈번하게 문화예술의 성장력과 도시경쟁력을 동등한 의미로 평가하는 것을 각계각층을 통해 무척 많이 듣고 있다. 걸핏하면 문화가 경쟁력이다! 라는 구호가 들려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 역사적으로 다양한 시대에 있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언제나 특정한 사회 안에서 있었던 문화와 경제활동이 구체적인 예술 활동과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아왔던 관계였음을 알기란 어렵지 않다.

어쨌든 지자체 실시 이후 지역문화예술성장의 원동력의 관건은 누가 무어라 해도 가장 큰 재정적인 지원을 담당할 수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들이 표방하고 있는 문화예술정책이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다. 그와 함께 건강한 추진력이 어느 정도인지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한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함으로써 시작된 新 도시, 대전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그와 함께 성장해 온 지역문화예술계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1935년 대전부로 승격되면서 그와 함께 있었던 각종 관청과 시설의 완비는 대전을 급속하게 도시 형태로써 갖추게 하고 도시의 외형적 발전을 이루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1949년에는 대전시로, 1988년에는 대전직할시로, 그리고 1995년에는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라 대전광역시로 개칭되면서 이제 대전은 중부지역에서는 인구 150만을 자랑하며, 명실 공히 교통의 요충지이며, 과학기술도시이면서 그리고 정부 제3청사를 유치한 행정중심도시로의 거듭난 모습으로 보인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했던 도시였지 않았나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신도시 대전의 역사 속에서 함께했던 문화예술 분야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당장 기억되는 것은 1983년부터 대전의 대표축제로 지역문화예술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한밭문화제’를 들 수 있다. 다양한 체험행사위주로 진행된 한밭문화제는 시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시민화합의 場으로서의 의미와 역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20여 년 넘게 이어온 한밭문화제가 수년 전 어떠한 대안도 없이 중단되었다가 2008년 일명 ‘물 축제(H20)’로 새롭게 변신하려 했지만 그 실효성을 끝내 달성치 못한 채 집행부의 단발성 기획행사라는 오명을 남기고 결국에는 대전지역에서 대표성 있는 축제하나 없는 지경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한밭문화제의 중단은 비단 축제가 없어지는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문제들을 파생시켰다. 예를 들어보자. 대전지역에는 지역미술계의 역사를 조망해 내고 지역의 미술사를 만들어가는 1000여 명의 현 작가들로 구성된 대전미술협회가 있다. 대전미술협회에서는 매년 원로작가 초대전, 여성작가 초대전, 청년작가 초대전, 기획초대전, 대전의 신명전, 미술협회회원전 등 회원들의 수많은 창작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사업 가운데 1단체 1 지원금 원칙에 따라서 지원금을 받아 진행되는 행사는 <미술협회회원전>과 <청년작가초대전>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1단체 1 지원금 원칙이라는 지원방식의 기준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수량이나 수치로만 환산하여 간단히 처리하고자 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전미술의 현재를 조망하고 또 지역미술사를 가다듬어왔던 협회회원전이 그동안 한밭문화제 기간에 초대전 형식으로 수십 년간 개최되어오다가 한밭문화제의 중단으로 협회전도 얼떨결에 중단한 사태가 되어 버린 것인데, 그러한 상황에서 협회는 전시의 규모상 가능한 전시공간을 찾아보았지만 가능한 공간은 대전 시립미술관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전시를 개최하기에는 정말로 이런저런 많은 이유로 대관조차 어려웠고, 그나마 미술관 측에서 대관할 수 있다고 정해준 기간은 가장 비수기인 한겨울 아니면 한여름뿐이었다. 지원금 700만 원밖에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대관료보다 더 비싼 냉·난방비를 지불하면서 협회전을 치러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혹은 서울 중앙에서 많은 활동과 경력을 자랑하며 지역미술관 수장의 길을 자처했던 그들을 생각하면서, 또 어떤 애정과 관심으로 미술관 자체의 정책을 수립하고 전개해왔는지를 수년간 철저히 지켜보아 온 터였기에 더욱 강렬해 지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지역의 특수한 상황 아래 시립미술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술관자체 정책이나 있는 것인지, 더 나아가 지자체의 문화예술정책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말이다.

어떤 문화예술 정책이기에 지역의 살아있는 그리고 역사가 될 생생한 미술계를 조망하는 규모의 전시를 제쳐두고, 지역미술관의 역할과 의미를 어떤 전시에서 찾고 헤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역성에 대한 단순 강조로 치부하기 보다는 건강한 문화예술정책은 지역의 애정과 관심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이제는 인정했으면 한다.

문화기반시설이란 단순히 물리적 시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대전을 더 이상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단지 물리적 시설의 ‘보다 많음’이나 우리들만의 희망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정책은 단지 건물이 들어서고 행적조직이 거대해지고 대단한 인사행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품격 있는 문화국가, 대한민국’의 실현은 문화예술을 도구로 수단으로 생각하는 길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균형 잡힌 정책수립으로부터 도달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러한 때가 하루라도 앞당겨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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